임신 및 출산에 대한 올바른 상식
[쿠키 건강] 오는 10월 10일은 보건복지부가 출산장려를 위해 지정한 ‘임산부의 날’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출생 확정통계’에서 지난해 출생아는 47만명이었고,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은 1.22명이었다.
출생아는 전년보다 2만5000명 증가한 수치로 3년만에 증가세를 보인 것이고, 합계 출산률 또한 전년보다 0.07명 증가한 수치다. 출산률 증가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제대로 된 태교와 건강 관리를 하자는 분위기 또한 확산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상식을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 권지영 교수로부터 들어봤다.
Q. 임신 중에는 무조건 잘 먹으면 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임신부가 야식을 찾거나, 입맛 당기는 음식들을 마음대로 섭취하는 모습들이 비춰져,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임신 중에는 무조건 잘 먹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한 영양소의 섭취가 중요하다. 1일 영양소 섭취 기준으로 곡류 등 6개 식품군의 특성과 엽산, 칼슘, 철(Fe) 등 영양소를 제대로 알고 섭취해야 한다.
임신 중에는 임신 전 보다 많은 칼로리의 섭취가 요구되는데, 예를 들어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함량이 높은 음식 위주로 섭취하고 지방이나 당류의 함량이 높은 식품은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임신중기와 후기에는 성인여성의 평균 영양섭취보다 각각 평균 340kcal와 450kcal 정도를 더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필요한 열량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식사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우유·유제품, 과일이나 채소 등의 간식을 하루 2~3회 섭취함으로써 보충하는 것이 좋다.
또 임신초기에는 엽산을, 임신 중기와 후기에는 철을 충분히 섭취하며, 이러한 영양소는 식사와 간식으로 충족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녹두, 팥, 오리고기, 배, 게, 낙지 등의 음식들이 태아에게 좋지 않다고 임신부들이 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학적 근거가 있는 사실은 아니다. 다만 인스턴트 음식은 소화가 잘 안되고 또 임신부 비만과 연결될 수 있으므로 지나친 섭취는 자제하도록 한다.
Q. 임신 중 성관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어떤 여성들은 임신의 확인과 동시에 성관계를 피한다. 이런 경우 남편과의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임신 중에도 보통 예정일을 한달 정도 앞둔 시기까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임신 중 성관계시에는 임신부의 배가 압박되지 않도록 하며, 양막이 파열되었거나 전치태반인 경우 무리한 성관계는 피해야 한다. 또한, 성병 등의 세균 감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Q. 임신 중 가벼운 미용 시술(보톡스, 박피시술, 염색)은 받아도 된다?
아직까지 임신과 보톡스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성(botulinum toxin), 즉 성분 자체가 ''독'' 성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는 임신의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피부 박피술은 시술 후 불가피한 전신적 염증반응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임신 중이라면 피부 박피술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염색도 임신 중에는 조심해야 한다. 임신하면 피부 역시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염색약이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중 머리 색깔을 바꾸고 싶다면 염색약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검사한 후에 염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안전성 여부를 분명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Q.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았다면, 둘째도 제왕절개로 낳아야 한다?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을 보통 ‘브이백(VBAC) 분만’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첫째 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했다고 해서 둘째 아이도 제왕절개로 낳아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국내에서도 브이백 분만이 점차 시도 되고 있으며 높은 성공률을 거두고 있다. 자궁 내 태아의 위치만 문제가 없으면 브이백 분만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제왕절개 2회 이상 ▲태아와 산모의 골반이 불균형일 경우 ▲자궁파열이나 자궁수술, 자궁기형 등의 경력이 있는 경우 ▲쌍둥이인 경우 ▲태아가 자궁 내에 바로 서 있는 경우 ▲산모가 당뇨병인 경우 등은 브이백 분만이 어렵다.
Q. 임신 중 약물 복용은 절대 안 된다?
임신 5주까지의 약물 복용은 대부분 문제가 없다. 태아의 기관이 발생하는 시기는 대략 임신 5주 이후부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 초기에 임신인줄 모르고 복용했던 약에 대해서는 여드름 약 등 몇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피임약을 먹는 중에 임신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 경우에도 태아 기형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임신부들이 임신 중 약물 복용은 절대 불가한 것으로 알고 약을 복용하지 않고 참는데 무조건 참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임신부의 고열은 태아의 심박동도 증가시키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신경계통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즉시 약을 복용해 치료하는 것이 태아에게 더 안전한 선택이다. 시중에서 쉽게 해열제를 구할 수 있지만, 해열제를 잘못 복용하면 태아의 동맥관 폐쇄 등 선천성 심장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감기약을 처방 받아 열을 떨어뜨려야 한다.
피부질환 치료제는 더욱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중증 건선 치료제 ‘아시트레틴’의 경우 기형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복용 후 최소 3년간 헌혈이나 임신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드름 치료에 쓰이는 ‘아이소트레티노인’ 성분도 임신 전후 복용했을 경우 태아의 뇌와 심장 결함, 정신지체 등을 유발할 확률이 40%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임신 최소 3개월 전부터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이밖에 일부 항암제, 항고혈압제, 항경련제, 항응고제 등도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로 꼽힌다.
이외에도 ACE 억제제 계통의 혈압약,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 계열의 항생제, 와파린 등의 항응고제, 항암제 등은 임신 중 조심해야 할 약물로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해야 한다.
Q. 임신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1주일에 한, 두 잔의 와인을 마시는 것은 조산의 위험을 높이지도 않고, 태아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 하루의 반 잔 정도의 음주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임신 중 과도한 음주는 태아의 발달에 부정적인 위험을 미쳐 조산의 위험을 높이고,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Q. 임신하면 관절염이 심해진다?
흔히 ‘임신을 하면 관절염이 심해진다’고 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원래 관절이 좋지 않은 경우, 유전의 영향으로 관절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임신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임신 후 관절통증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임신을 하면서 무릎의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임신으로 인해 ‘체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체중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무릎이나 근육에 무리가 가서 관절이 아픈 것이기 때문에 임신 중 체중 조절로 예방할 수 있다. 무조건 많이 먹기보다는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적당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Q. 임신 중이라도 자궁근종 치료가 가능하다?
초음파 검사로 임신을 진단받으면서 자궁근종이 같이 발견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자궁근종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은 자궁근종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임신 중 통증, 태아 역위, 제왕절개율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간혹 조산과 조기양막파수, 분만후 출혈, 태반 조기 박리 등의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임신 기간 동안 주의와 안정이 필요하다. 자궁근종의 치료방법은 수술을 통한 제거지만 임신 중에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행하지 않는다.
Q. 출산 후에는 1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다?
모유수유를 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출산 후 6주, 늦어도 2~6개월 사이에 생리를 다시 시작한다. 모유수유를 계속하게 되면 생리가 늦어져 1년까지도 생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간혹 모유수유 중임에도 2개월 내에 생리를 하는 등 생리의 시작 시기는 개인 차이가 있다. 생리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경우, 성관계시 임신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Q. 임신하면 발생하는 임신성 질환이 있다?
내과질환이 있는 임산부들은 임신 후 반드시 산부인과 주치의에게 자신의 질환을 알려야 하며 해당질환의 전문의에게도 임신사실을 알려 적절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 임신을 하게 되면 임신부 전신의 기관들의 대사가 임신전과 달라지게 되므로 갖고 있는 질환들도 임신 중 다른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복용하던 약물은 임신 중에 약을 중단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는 임신으로 인해 심장기능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임신 전에 내과주치의에게 자세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나 신장질환의 경우는 임신중독증의 발생위험이 있으므로 짠 음식을 피하고, 혈압조절을 해야 한다.
평상시 아무런 질환이 없던 건강한 임신부도 임신 중 당뇨나 고혈압, 단백뇨, 피부질환 등의 임신성 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으나 임신 중 처음 발생한 질환들은 분만 후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임신 중, 무조건 잘 먹으면 된다고?
입력 2011-10-04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