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숙면을 위한 비법, 한걸음씩 천천히

입력 2011-10-04 11:05

[진료실 칼럼: 밤 잠 못자는 우리 아이 어떻게?①]
글·장상임 인천계양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 아이가 밤에 잠을 안자고 보채는 것만큼 부모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있을까요? 내원하신 어머님들의 쾡한 눈을 보면 제 딸 수진이가 밤에 잠 안자고 보채면서 고생시키던 때가 생각납니다. 계속 보채고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느라 애가 타는데 옆에서 미동도 없이 쿨쿨거리며 자는 신랑은 얼마나 밉던지요. 아이를 안고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다가 아이를 떨어뜨릴 뻔한 적도 많았습니다.

이처럼 한방에서는 낮에는 잘 놀던 아이가 밤만 되면 보채고 자주 깨서 우는 증상을 ‘야제증’이라고 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첫돌 전까지는 아이의 수면패턴이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해 자주 깨서 울 수 있습니다. 특히 신생아 때는 신경이 발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주 깨 울고 하지만 백일정도가 지나면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계속 자주 깨는 증상이 2주 이상 장기화 되는 경우에는 아이의 성장과 면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빨리 해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밤에 못자는 것이 외부 환경 때문인지 확인해 주세요. 너무 덥거나, 건조하거나, 너무 밝거나, 시끄러울 경우 아이가 깊이 잠들지 못 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아이가 자기에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 특정 질환 때문인지 확인해 주세요. ▲소화불량이나 복통 ▲비염이나 감기로 인해 코가 막히고 답답해서 깨는 경우 ▲중이염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 ▲입속에 구내염으로 잘 못 먹는 경우 ▲배가 고파서 깨는 경우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낮에 심하게 놀라는 일이나 스트레스가 있지는 않았는지 체크해 보시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줘야 합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 경우 아이의 증상과 상태에 맞는 한약처방과 침 치료 등으로 수면패턴이 자리 잡힐 때까지 치료 받는 것이 좋습니다. 얼마 전 내원한 만 1세 1개월의 아이는 새벽마다 깨서 자지러지게 울어서 주 3회 꼴로 매번 응급실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변비가 심하고 복부에 가스가 빵빵하게 차있어서 복통 때문에 잠을 못자는 경우였습니다. 주 1회 침치료와 유산균제를 꾸준히 복용시켜 하루에 한 번씩 대변을 예쁜 모양으로 보게 해주고, 잠들기 1~2시간 전부터는 공복을 유지했더니 새벽에 깨는 일 없이 아주 잘 자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의 숙면을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아이에게 자극을 멀리 해주세요. 시끄러운 소리, TV나 스마트폰 같은 시각적인 자극 외에도 아빠가 저녁 늦게 퇴근해서 너무 활동적으로 아래위로 많이 움직이며 놀아주는 등의 행동으로 아이를 흥분시키지 않도록 합니다. 둘째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다. 환경의 변화로 스트레스를 준다거나 아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한다거나 아이를 일방적으로 혼낸 후 마음을 다독거려주지 않은 경우 스트레스가 쌓여 숙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셋째 낮잠 시간을 줄이고 또 자더라도 시간대를 조정해주세요. 하루 종일 신나게 놀다가 오후 늦게 2시간 이상 낮잠을 자면 아무래도 야간수면을 방해하게 되겠지요? 자기 전에 따뜻한 물로 가볍게 목욕을 해주고 쭉쭉이 체조나 배 마사지 등을 해주시면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밤중수유 중단입니다. 8kg 이상 생후 8개월 이후라면 밤중수유를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른들도 배부르면 속이 더부룩해서 잠들기도 어렵고 숙면을 취하기도 힘들지요? 낮밤의 구별이 없는 신생아들도 자기 전에 든든하게 먹이면 안 깨고 푹 잘 잔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개월 수가 지나고 나면 자기 전 1~2시간은 공복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분유나 모유를 찾으면 대신 미지근한 보리차를 조금씩 주도록 합니다.

제 딸의 경우도 돌지나 한동안 밤에 자주 깨어 울고 보채면서 많이 힘들게 했는데요. 밤중수유를 중단하고 자기 전 2시간부터 공복상태가 되도록 해주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밤중수유를 줄이는 초반에는 아이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하고 더 많이 보채기도 했는데 이때 미지근한 보리차에 올리고당을 조금 섞어서 한모금씩 먹였더니 단맛 때문인지 잠들곤 했습니다. 그게 익숙해지면 올리고당 없이 미지근한 보리차만 조금씩 먹여주고 2~3달 후에는 보리차 없이 중간에 안 깨고 잘 자게 되었습니다.

숙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따로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충분하게 잠을 자는 것이야 말로 성장, 체력보충, 면역력강화에 필수적인 요건이 됩니다. 아이의 야제증으로 내원하시는 어머님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본인들이 함께 잠을 설치셨기 때문에 피곤해 보이고 예민해진 경우가 많고 이것저것 다 해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리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습관이 만들어지는 데는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당장 고쳐지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수면패턴에 아이들이 익숙해지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정해나가면 아이와 함께 행복한 밤 보내실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