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사용하면 귀가 더 나빠진다?

입력 2011-09-29 07:33
사용 늦을수록 사회 부적응 가속화… 사용시 정확한 진단-가족 응원 중요

[쿠키 건강]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노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적잖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난청’이다. 겉보기에는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남모르는 고민 때문에 사회관계가 단절되고 우울감까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원래의 청력으로 되돌리기는 힘들다. 가장 쉽게 청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청기 사용률은 아직도 낮고 그나마 사용자 10명 중 1명은 장롱 보청기 신세라고 한다. 장롱 속에 잠자고 있는 보청기를 재활용하는 방법과 처음 보청기 사용 시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봤다.

◇보청기 실패 요인 1위 “말소리 구분이 힘들어요”= 보청기는 노인성 난청에 가장 도움이 되는 장비지만 국내 사용률은 선진국과 비교해 대단히 낮은 편이다. 2009년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공동 조사결과 65세 이상 인구에서 난청 환자는 약 25%였지만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난청 환자의 11%에 불과했다.

보청기를 마련해 놓고도 활용하지 않고 장롱 속에 묵혀둔 경우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한 국내 대학병원 연구팀이 보청기 사용 환자 266명의 재활 성공 여부를 조사한 결과 9%인 25명이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말소리 구분이 힘들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이명이 들려서” 24%, “귀에 느껴지는 이물감” 12%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말소리 구분이 힘들거나 이명이 들리는 문제는 이비인후과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보청기 조절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보청기 완전 적응까지 3개월은 예상해야=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하지 못했던 보청기를 다시 활용하려면 먼저 이비인후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청기인지 확인해야 한다. 재활용할 수 있는 보청기일 경우 전문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게 소리 확대 음역과 볼륨을 재조절해 사용하면 된다.

보청기는 청각 재활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청력을 정상으로 되돌려주는 기기가 아니라 난청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기다.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는 이전에 듣던 소리와 다를 수 있다. 보청기를 거쳐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와 주변 소리에 적응할 때까지 최소한 한 달 정도 걸리고 필요한 소리만 선택해 듣고 완전히 적응하기까지는 3개월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재활훈련 첫 일주일은 TV와 라디오를 끄고 실내를 조용하게 한 상태에서 하루 2~3시간 정도 착용하고 그 뒤 점차 착용시간을 늘려야 한다. 보청기를 착용한 뒤 일상적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등 달라진 점을 꼼꼼히 기록해 의사에게 알리는 것도 보청기 조절에 도움이 된다. 재활훈련 이후에도 하루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착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청기 착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는 부모님의 보청기 재활훈련을 독려하는 한편 대화할 때도 배려가 필요하다. 부모님과 대화를 할 때는 조용한 곳에서 한 명씩 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큰 소리로 말하는 것 보다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도록 한다. 잘 알아듣지 못할 때는 반복해서 말하기 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다른 단어로 바꿔서 말해본다. 또한 부모님이 정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받도록 돕고 보청기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비싼 보청기가 좋다? 자신에게 맞아야= 보청기를 꺼리는 이유 중에는 보청기를 끼면 귀가 더 나빠진다는 속설도 한 몫 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소문일 뿐 오히려 보청기 착용이 늦어지면 일상에서 소외될 수 있는 만큼 미루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보청기를 빌려서 써보고 별로라는 반응을 보이는 노인도 있다. 보청기는 개인에 따라 미세하게 조절되기 때문에 빌려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또 오래 착용하면 이어폰처럼 귀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보청기는 개인의 귀 형태를 본을 떠 맞춤제작을 하기 때문에 장시간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싸거나 크기가 작은 보청기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가격보다는 청력 상태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크기가 작아 귀에 쏙 들어가는 보청기는 보기에는 좋지만 섬세한 손동작이 어려운 노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귀에 넣거나 뺄 때, 건전지를 교체할 때 불편할 수 있고 떨어트려 망가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용할 때 편의성도 따져봐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하나이비인후과병원 김희남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