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면 잇몸 망가질 가능성 더 높아”

입력 2011-09-28 08:07
비만이면 치주질환 쉽게 발생하고 치주질환 있으면 비만 더 악화돼

[쿠키 건강]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으면 잇몸이 망가지는 치주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또 치주염으로 인해 당뇨병이나 고혈압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비만도 치주염과 관련성이 크다. 뚱뚱하면 그만큼 치주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치주염이 심해지면 비만도도 그만큼 올라간다.

치주염은 그 자체가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 가볍게 보기 쉽지만 노년층에서 치아가 빠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의 발생률을 높이는 위험한 요인이다. 100세 시대, 건강한 노년을 즐기려면 치주질환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비만인은 치주질환 정상체중인보다 1.3배 더 많이 발생= 비만인이면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심하면 치아까지 흔들리는 치주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더 높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모니크 헤메네스 연구원이 국제치과연구학회(2009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만인(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은 정상인보다 치주질환에 걸릴 확률이 29%나 더 높았다. 또한 허리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눈 비율(WHR)이 높은 경우(남성은 95 이상, 여성은 88 이상)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주질환이 6배나 많았다. 즉 복부비만이 심한 경우 치주질환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뚱뚱하면 치주염이 더 쉽게 발생한다. 비만이 치주염 발생 증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인 기전이 밝혀진 바는 없지만 최근의 동물실험 결과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쥐 실험 결과 살이 너무 찌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치주에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보스턴의대 수잔 리먼 박사 연구팀은 뚱뚱한 쥐와 보통 쥐를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원인균에 감염시키고 10일 뒤 검사했다. 검사 결과 뚱뚱한 쥐의 잇몸뼈(치조골) 손실이 보통 쥐에 비해 40%나 높았다. 즉 비만이 최전방 면역세포를 약화시켜 면역반응이 둔화되고 그 결과 감염에 취약해져 치주염이 쉽게 발병한 것이다.

◇치주질환은 노인 치아 상실의 가장 큰 원인=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 가장 문제가 되는 구강 질환은 치아우식증(충치)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치주질환이 더 골칫거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은 당뇨병도 고혈압도 아닌 치주질환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2009년도 만성질환 진료인원 통계를 보면 1위가 치주질환으로, 환자수가 고혈압이나 관절염의 2배를 훨씬 넘었다.

치주질환은 잇몸(치주)과 잇몸뼈(치조골)의 조직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흔히 풍치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잇몸이 빨갛게 붓고 간혹 칫솔질 할 때 피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치아에 플라크나 치석이 형성되면서 잇몸을 자극해 염증이 생겼기 때문으로 치은염의 단계다. 여기서 점차 진행되면 치아와 잇몸의 틈이 점점 벌어져 치주낭이라고 하는 깊은 홈이 생긴다. 치주염으로 악화되는 증상이다. 나아가 염증이 더 넓고 깊게 퍼져 잇몸뼈와 인대까지 파괴되면 결국에는 치아가 흔들려 빼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이처럼 노년기 치아 상실의 대부분의 원인이 바로 치주염이다.

일단 치은염이나 치주염 같은 치주질환이 발병하면 비만은 곧잘 더 심해진다. 비만인이 정상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식이조절이 필수적인데 치주질환이 있으면 식이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포만감이 생겨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치주질환이 있으면 딱딱하고 거친 음식보다 부드러운 탄수화물 식품을 더 찾게 되고 대충 씹어 넘기기 때문에 포만감이 적어 필요량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된다. 그 결과 비만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이다.

◇초기 치은염은 스케일링과 칫솔질로도 호전= 치주질환의 초기단계인 치은염이라면 스케일링으로 플라크와 치석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된다. 칫솔질을 꼼꼼하게 하고 치실과 치간 칫솔 등으로 치아 구석구석과 치아 사이까지 닦아주면 금방 회복된다. 하지만 치아를 지지하는 조직에까지 염증이 퍼진 치주염인 경우에는 국소마취 후 수술로 치아와 잇몸 사이의 손상된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잇몸 뼈까지 망가져 치아가 심하게 흔들리면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 수도 있다.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체중관리에 힘쓰는 것과 함께 칫솔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 3번 식후와 잠자기 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은 기본이며 달거나 치아에 들러붙는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바로 치아를 닦는 것이 좋다. 칫솔로 치아 표면을 닦는 것은 물론 치실과 치간 칫솔로 치아 사이도 깨끗하게 닦는다. 하지만 양치질만으로 플라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연 1~2회 정기검진을 통해 스케일링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