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무의미한 연명치료 감소

입력 2011-09-22 13:37
[쿠키 건강] 암 환자의 임종과정에서 생명연장을 위한 심폐소생술 실시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사진) 연구팀(이준구·김범석·임석아)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말기 암으로 사망한 환자들이 임종과정에서 받았던 연명시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암환자들의 심폐소생술 거부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간 서울대병원 내과에 입원해 암으로 사망한 172명의 환자 중 임종과정에서 154명(89.5%)은 심폐소생술을 거부했고, 심폐소생술을 시행 받은 환자는 18명 (10.5%)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구팀에 따르면 말기 암환자를 전문으로 간병하는 완화의료전문병동에서 사망한 암환자의 경우 44명 전원이 심폐소생술을 거부했다.

이는 2007년 한해 동안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사망한 암환자 총 572명 중 81명(14.2%)에서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4년전 연구결과와는 차이가 있다. 4년전과 비교해 올해는 임종을 앞둔 암환자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이 감소했다.

진료공간별로 분석할 경우, 2007년에는 중환자실(30.4%), 일반병동(10.2%), 완화의료전문병동(2.4%) 순으로 심폐소생술이 시행됐으나, 올해의 경우 중환자실 23.3%를 비롯해 일반병동 9.4%, 완화의료전문병동 0% 순으로, 모든 진료공간에서 심폐소생술의 감소 추세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심폐소생술은 급성 질환자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응급처치이나, 말기 암환자의 임종과정에서 적용할 경우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키는 무의미한 연명시술의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사전의료의향서 지침 개정, 의무기록 조회시 작성여부 표시

이와 관련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사전의료의향서(사전의료지지서)’ 작성 비율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전의료의향서의 환자 본인 작성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완화의료전문병동에서 사망한 말기암환자 317명을 분석한 결과, 97.8%인 310명이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특히 사전의료의향서를 통해 99.0%가 심폐소생술을 거부했으며, 인공호흡기나 혈액투석을 거부한 비율도 각각 99.5%, 93.7%였다.

그러나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 과정을 보면, 환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경우는 1.3%에 불과했다. 반면, 환자가 결정하고 서명은 가족이 대신한 경우가 4.2%, 환자의 입장을 반영해 의료진과 상의 하에 가족들이 작성한 경우가 94.5%를 차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 본인이 사전의료의향서를 직접 작성하지 못한 이유로는 환자의 의식저하(62.6%), 전신상태 악화(19.7%), 가족들이 환자가 임종에 임박했다는 사실을 환자 본인에게 알리는 것을 원치 않아서(10.6%) 등으로 확인됐다.

허대석 교수는 “2009년 5월 15일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지침을 제정한 이래, 말기 암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시술로 인해 불필요한 고통을 추가로 겪게 되는 사례가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암이 진행되기 이전에 병의 상태를 환자에게 알리고, 환자 본인이 직접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관련지침을 개정하고, 사전의료의향서의 양식을 개선했다. 이와 함께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여부가 쉽게 확인되지 않아 응급실 등에서 불필요한 연명시술이 시행되던 문제점 해결을 위해, 병원 전산망에서 환자의 의무기록을 조회할 때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여부가 바로 표시되도록 의무기록 시스템을 보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