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상을 의사에 말못하는 이유는 ‘약물혐오’

입력 2011-09-22 07:56
미국 1000명 이상 대상 전화조사

[쿠키 건강] 정신질환자가 정신과 진료에 대체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약 40%는 담당 의사에게 우울증상을 말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로버트 벨(Robert A. Bell) 교수는 정신질환자나 치료 중 또는 가족력이 있는 미국 성인 1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Annals of Family Medicine에 발표했다.

◇말하지 않은 이유 “항우울제 처방이 싫어서” 가장 많아

이번 연구의 대상은 건강 관련 전화조사 시스템인 California Behavioral Risk Factor Survey System에 등록된 성인 가운데 무작위로 선별한 1054명.

대상자의 배경은 714명이 여성(67.7%)이었고, 우울증 기왕력자는 475명(45.15), 현재 우울증 치료 중인 대상자는 228명(21.6%), 우울증 가족력은 555명(52.7%)이었다.

최근 발생한 우울증에 대해서는 1차 진료의가 이용하는 기본적인 우울증 스크리닝 9-item Patient Health Questionnaire(PHQ-9)로 평가했다.

2008년 7~12월에 전화조사를 통해 의사에게 우울증상을 말하지 않는 이유와 우울증에 관한 생각 등을 질문했다.

사전에 준비한 11개 항목을 제시하고 이 가운데 의사에게 우울증상을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지를 질문한 결과, 17%가 1개 항목에, 26%는 2개 항목 이상에 해당했다고 대답했다.

양쪽을 합칠 경우 의사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가 11개 항목 중 1개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은 43%였다. 가장 많은 이유는 ‘약물혐오’였다.

벨 교수는 우울증 기왕력의 유무에 따라 말하지 않는 이유를 비교했다.

해당되는 이유가 많았던 순서대로 우울증 기왕력자(475명)에서는 ‘진료카드 정보’가 85명(17.9%), ‘약물혐오’가 74명(15.6%), ‘정신질환자’가 65명(13.7%)이었다.

마찬가지로 비(非)기왕력자(579명)에서는 ‘약물혐오’가 128명(22.2%), ‘전문의가 아니라서’가 84명(14.5%), ‘정신과 의사 소개’가 80명(13.9%)으로 우울증 기왕력의 유무에 따라 우울증상을 말하지 않는 이유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신 우울증상을 평가한 PHQ-9의 점수가 0~9인 경우 ‘증상없음·경증’(899명), 10~27을 ‘중등증·중증’(153명)으로 하고 양쪽군의 말하지 않은 이유를 비교했다.

그 결과, 양쪽군 모두 가장 많았던 것이 ‘약물혐오’(‘증상없음· 경증’ 17.7%, ‘중등증·중증’ 27.8%)였다.

교수는 이번 조사에 대해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우울증상이 있어도 의사에게 말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우울증상을 오픈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개입법이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트리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