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타이레놀 등 ‘진통제·해열제’에 중독된 10대…최근 5년새 6배 증가

입력 2011-09-22 07:43
원희목 의원, ‘약물중독’환자 연평균 1834명 씩 증가…5년 간 10대가 3.3배 증가로 증가폭 가장 커

[쿠키 건강] ‘약물중독’ 환자가 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약물중독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지난 2006년 1만624명이던 것에 비해 2010년엔 1만7961명으로 1.7배 많아졌다. 연평균 1834명씩 증가한 것이다. 한달 153명씩, 하루 5명씩 신규 약물중독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10대의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2006년 500명이던 약물중독 환자가 2010년 1643명으로 3.3배나 증가했다. 전체 연령대가 평균 1.7배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폭이 두 배나 큰 것이다. 이로 인해 10대 약물중독 환자수는 2006년에는 9개 연령대 중 8위에 그쳤으나, 2010년에는 20~50대에 이어 5번째로 약물중독이 많은 연령대가 됐다.

◇10대 중독 약물 1위 ‘진통제·해열제’, 5년 만에 6배 증가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원가원 자료를 재구성한 결과, 10대 환자들이 중독된 약물 순위 1위는 ‘진통제·해열제’이었다. 5년 동안의 10대 약물중독 환자 5794명 중 1798명, 31%나 해당된다. 특히 2006년 97명에서 2010년 522명으로 6배나 늘어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나타냈다.

2위는 ‘이뇨제 및 기타 약물’(1436명, 24.8%), 3위는 ‘진정제, 수면제, 간질약, 파킨슨병약’(1113명,19.2%) 종류의 약물이었다

◇전체 진통제·해열제 중독자 중에서도 10대가 가장 많아

진통제·해열제 약물중독자 수를 연령별로 구분해 보았을 때도 5년간 전체환자 수 5189명 중 10대 환자가 34.7%, 1798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20대 환자 수도 1247명으로 10대 다음으로 많으며 연평균 250명 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10대~20대는 주로 학생층이라 할 수 있다. 학생층에서 진통제·해열제에 의한 약물중독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약물중독으로 43일간 입원치료 받은 14세청소년, ‘타이레놀’로 인한 중독 의심

2010년 약물중독으로 가장 오래 입원치료받은 상위 10명을 분석해보면 10대들의 약물중독 현상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준다.

입원치료기간 상위 10명 중 5명은 ‘진통제·해열제’ 계열에 의한 약물중독이었다. 특히 입원치료일수가 43일로 가장 긴 14세 청소년(여성)과 입원일수 6위(16세 여성)는 ‘아미노페놀유도체에 의한 중독’이다. 아미노페놀은 아세트아미노펜 합성에 사용된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한 의약품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타이레놀’로 이 두 명은 타이레놀에 의한 중독으로 의심된다.

또한 아미노페놀 외의 진통제·해열제 계열 약물중독 3명(입원치료기간 3,4,5위)은 ‘게보린’에 의한 중독으로 의심된다. 지난해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학생들의 조퇴목적으로 한 게보린 대량 복용이 지적되기도 했다.

상위 10명 중 3명(입원치료기간 2, 9, 10위)은 진정·수면제 계열에 의한 중독으로 수면제의 과다복용에 의한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2명(7, 8위)은 이뇨제 계열에 의한 중독이다. 이뇨제는 여성들 사이에서 ‘살빼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있어, 중독된 2명의 여성 청소년(17세 여, 14세 여)이 살을 빼기 위해 이뇨제를 다량 복용하지 않았는지 의심된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 최대 피해자는 10대가 될 것

과거에는 ‘중독’ 문제를 다룰 때 약물, 도박, 게임과 같은 대상 자체가 중독을 일으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관점이 바뀌고 있다. 중독자가 유전적·심리적·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대상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약의 유통 시스템이 개인이 약을 반복적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만들어 진다면, 약물중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약 구입의 편의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된다면 국민들을 약물중독에 더 많이 노출된다. 특히 10대가 그러하다.

지난 18일 LA타임즈가 미국질병통제관리센터(CDC)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약물 사망자(3만7485명)가 교통사고 사망자(3만6284명)를 넘어섰다. 의약품을 약국외에서 판매하는 영국과 미국에서도 타이레놀을 포함한 진통제 피해자는 10대로 나타나고 있다.

원희목 의원은 “외국사례를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의약품 약국외 판매의 가장 큰 피해자는 10대가 될 것”이라며 “편의점·마트에서는 해열·진통제의 구입에 제한이 없어진다. 정부는 안전성을 중심에 놓고 편의성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