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마음 속 화(火)로 생기는 병, 체력 좋다고 면역력 높은 건 아냐
[쿠키 건강] 장효조와 최동원, 한 시대를 수놓았던 불세출의 두 스포츠 영웅이 50대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운동으로 다져져 일반인보다 강인한 체력을 가진 스포츠 선수들도 암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프로의 세계에서 스포츠 선수들이 겪는 긴장과 압박감은 팬들의 이해 수준을 초월한다. 얼마 전까지 대장암으로 고생하던 프로농구 최인선 전 감독도 “매 경기마다 벌여야 했던 피 말리는 승부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제일 큰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스포츠 선수들의 은퇴 후 스트레스는 더 심각하다. 사회 경험이 적어 새로운 직업을 찾기 어렵고 쉽게 좌절과 무기력에 빠져든다. 운동선수들은 다혈질이 많기 때문에 좌절과 무기력을 더욱 쉽게 경험한다고 의료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프로야구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던 김봉연 극동대 교수는 “화려한 현역시절을 보낸 스타들일수록 은퇴 후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야인(野人)으로 남은 세월을 보내며 겪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동의보감 등 한방에서는 암을 답답함이나 억울함, 슬픔, 분노와 같은 마음 속 울화에서 생기는 병이라 전한다. 그야말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셈이다. 스트레스는 체내 호르몬을 과잉 분비해 우리 몸의 상태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이는 다시 혈관의 수축과 혈전을 야기해 큰 질병으로 이어지게 한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기름진 음식 등도 암을 부르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스포츠 스타들은 훈련 때문에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들은 매년 약 7개월 시즌 동안 바뀐 밤낮 생활을 감당해야 한다. 늦은 밤에도 체력 보충을 위해 기름진 음식에 음주를 동반한 식사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밤낮이 바뀐 생활은 불면증을 낳고 늦은 밤 섭취하는 음식은 위장에 부담을 준다. 특히 돼지고기, 소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은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일주일에 소주 4병 이상을 마시는 것은 대장암 발생 확률을 2배가량 높인다.
건강에 대한 과신도 암 예방을 막는 요소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근육이나 인대 등 외형적인 부상 예방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일반적인 건강관리는 소홀하기 십상이다. 평소 건강해보이던 사람이 한순간에 쓰러지는 것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 몸이 주는 신호를 무시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게 된 탓이 크다. 여기에 운동선수처럼 한꺼번에 체력과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일이 잦으면 면역력의 저하도 그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운동선수들이 꼭 일반인들보다 더 건강하고 면역력이 강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면역 암 치료 전문병원인 소람한의원 김성수 원장은 “체격이 좋은 사람이 반드시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육체적으로 강단이 있고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 암에 대한 면역력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 및 식습관,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도록 심신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성수 원장은 “암은 방심하고 과신하면 누구에게든 찾아온다”며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여유를 갖는 것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키우고 암을 다스리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건강한 운동선수들이 암에 걸리는 이유는?
입력 2011-09-19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