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다리 동맥 통한 인공대동맥판막 삽입술 성공

입력 2011-09-14 13:48

고령·신장질환 등 수술 위험환자에 새로운 인동대동맥판막 치료법 제시

[쿠키 건강] 국내 의료진이 수술이 힘든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에게 다리 동맥을 통한 도관으로 인동대동맥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 수술법은 ‘경-도관 대동맥판막 거치술’로, 고령자와 신경질환, 폐질환 등으로 수술이 위험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이 병원 대동맥판막치료팀이 지난 7월 27일 개흉[開胸]수술이 어려운 2명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사타구니의 피부를 절개한 후 다리 동맥을 통해 넣은 도관을 이용해 인공대동맥판막을 삽입하는 ‘경-도관 대동맥판막 거치술 (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대동맥판막치료팀은 순환기내과 김효수(사진)·강현재·양한모·이승표 교수와 마취통증의학과 홍덕만 교수, 흉부외과 김경환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

시술을 받은 김모씨(69·남)는 지난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고 올해 실신이 발생할 정도의 중중으로 수술이 긴박했으나 대동맥 석회화가 심해 ‘대동맥판막 치환술’이 어려웠던 경우다. 또 다른 환자 류모씨(77·남)는 지난해 같은 질환을 진단받았으나, 고령에 과거 뇌경색을 앓았고, 폐동맥 고혈압까지 있어 수술이 부담을 줄 수 있는 환자였다.

이와 관련 치료팀에 따르면 7월 27일 두 환자에게 코어 판막을 이용한 ‘경-도관 대동맥판막 거치술’이 성공적으로 시술됐으며, 환자들은 부작용이나 합병증 없이 1주일만에 퇴원했다. 특히 치료팀은 환자들이 퇴원 2주후 외래를 방문해 건강한 모습을 보였으며, 시술 직후부터 운동능력이 현저히 개선돼 흡족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고령과 고혈압, 흡연 등의 이유로 대동맥판막의 퇴행성 변화와 석회화로 판막이 좁아져 심장의 혈액순환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는 질환이다. 인구의 고령화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흉통, 실신, 심부전과 같은 증상이 생기면 평균 생존 기간이 1~ 3년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전신 마취 후 가슴을 열고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대동맥판막 대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술이 위험해 고령이거나 신경질환, 폐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는 보조적인 약물 치료만 받고 있으며, 이러한 환자가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중 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서울대병원 대동맥판막치료팀의 수술 성과는 이처럼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다리의 동맥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 시술이 보편화 된 미국,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도입 단계에 있지만, 이 시술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보다 많은 환자들이 경-도관 대동맥판막 거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이번 연구가 이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는데 의학적 근거와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치료에 쓰인 인공판막은 오는 9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치료팀은 향후 과거 표준치료였던 개흉술을 통한 ‘대동맥판만 치환술’과 ‘경-도관 대동맥판막 거치술’ 중 어떤 방법이 환자에게 보다 적합한지를 평가할 예정이라며,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정해 치료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