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어린아이 말귀 잘 못 알아듣고 ‘이명’있다면 ‘노인성 난청’ 의심해봐야
[쿠키 건강] #추석을 앞두고 지난 주말 벌초를 하러간 주부 이모(45)씨는 돌변한(?) 시어머니의 모습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러도 대답이 늦거나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은 물론 때때로 멍한 표정까지 짓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치매인 줄 알고 덜컥 겁부터 났지만 남편 말은 잘 알아듣고 대답을 하는 것이 이상했다. 검사 결과 이씨의 시어머니는 노인성난청을 앓고 있었다. 며느리 말 보다는 남편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 또한 단순히 소리를 못 듣기보다는 고주파음을 더 인식하지 못하는 노인성난청의 특성상 여성과 아이의 목소리를 못 듣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청력은 50세 이후부터 서서히 저하되는 경향을 보이다가 65세가 넘으면 본격적인 ‘노인성난청’으로 발전한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당사자에게는 대화단절을 야기하는 괴로운 질환이다. 또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배우자나 가족들은 물론 심지어 본인마저 이를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노인들의 경우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탓에 엉뚱한 대답이나 행동을 하기도 해 간혹 자식들로부터 치매에 걸린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장애, 실어증, 인지력저하 등의 지적능력 퇴행이 나타나는 치매와 달리 노인성 난청은 단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씨의 시어머니처럼 노인성 난청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명·난청전문 마포소리청한의원 유종철 원장은 “노인성난청의 경우 와우모세포와 청각신경이 퇴행변성을 일으키면서 내이의 유모세포도 함께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부의 소리자극 없이도 매미소리, 파도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들리는 이명(귀울림)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노인성난청의 전조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노인성난청은 방치할 경우 청력상실은 물론 우울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보청기부터 착용하는 것은 청력회복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 보청기는 청력검사 상 50~60dB(데시벨)정도, 즉 중등도 이상의 청력저하(노인성 난청)현상을 보일 때 사용을 고려하며 본인의 청력, 난청발병 원인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난청과 함께 ‘이명(귀울림)’이 동반될 경우 특정소리가 더욱 커져 청감(聽感)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이를 먼저 치료한 후 사용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40~70dB 이하의 청력수준이라면 치료적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유종철 원장은 “노인성난청을 완치시키는 것은 힘들지만 녹용, 산수유 등이 들어간 한약을 처방해 신장 기능을 강화하고 침 치료로 장부기능의 균형을 맞추고 청각세포를 재생시키는 약침치료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보청기 없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전한 청력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노인성난청은 예방과 평소청력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음이 많은 장소를 피하는 것이 좋고, 충분한 영양공급과 휴식을 통해 몸의 면역력을 길러 청각세포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귓바퀴 전체를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비벼 주거나 귀뿌리를 전체적으로 지압하면 귀의 이문, 청궁, 각손, 예풍 등의 혈자리가 자극돼 난청예방에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추석명절 부모님 노인성난청 체크리스트]
1. TV볼륨을 크게 듣는다.
2. 며느리 혹은 어린아이 말을 못 알아듣고 아들 말은 잘 듣는다.
3. 뒤에서 불렀을 때 잘 알아듣지 못한다.
4. 전화통화 시 한쪽 귀만을 사용하며 반대쪽 귀로 통화하기가 불편하다.
5. 이명 증상을 호소한다.
6. 고주파음에 해당하는 ‘하다, 사다, 차다’ 등의 소리를 잘 못 알아듣고 ‘밤’이나 ‘밥’처럼 비슷한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
7. 평소보다 목소리가 커졌다.
8. 자꾸 되묻는 일이 많아지고 간혹 엉뚱한 대답을 한다.
추석명절 찾은 부모님, 말귀 잘 못 알아듣는다면…
입력 2011-09-07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