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 대장암 발병 아시아 1위

입력 2011-09-02 11:22
대장암 5년 생존률은 세계 최고, 국가차원 예방책 마련해야

[쿠키 건강] 우리나라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는 2030년에는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이 현재의 두배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이동근·이사장 오승택)는 9월 ‘대장암의 달’을 맞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세계 18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대장암 발병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지난 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6.92명으로 슬로바키아(60.62명), 헝가리(56.39명), 체코(54.39명)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18위인 일본(41.66명)은 물론 대표적인 대장암 위험국가로 알려진 미국(34.12명, 28위), 캐나다(45.40명, 9위) 등 북미 국가나 영국(37.28명, 26위), 독일(45.20명, 10위) 등 유럽 국가 보다도 높았다.

여성의 경우는 남성보다는 높지 않았지만 인구 10만 명당 발병률 25.64명으로 전 세계 184개국 중 19번째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여성 역시 영국(25,28명, 20위), 미국(25.03명, 21위), 일본(22.78명, 30위) 등 주요 비교 대상 국가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처럼 대표적인 서구형 암으로 불리는 대장암이 한국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 다양한 생활 습관들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섭취량은 10년 전에 비해 20㎏(100공기) 감소(2000년 93.6kg, 2009년 74.4kg)했다. 반면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 붉은 육류의 1인당 연간 섭취량은 같은 기간 동안 약 2kg 이상 증가(2000년 25.0kg, 2009년 27.2kg)했다.

음주와 흡연 역시 남성들이 유해 환경에 더욱 많이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은 39.6%(2010년 기준)로 2.2%에 불과한 여성에 비해 20배 이상 높았으며, 19세 이상 남성의 음주율 역시75.7%로 43.3%(2009년 기준)를 보인 여성보다 약 두 배 정도 높았다.

오승택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은 “우리 나라 남성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4위, 아시아 1위 라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심각한 수준의 대장암 발병률을 감안할 때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도 대장암 조기 진단의 가장 확실한 방법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활성화 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증가세의 대장암, 예방 대책 적극 고민해야

위암, 폐암, 간암 등 주요 장기의 암 발병률은 남녀 구분 없이 꾸준히 하락했지만, 대장암 발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국가암등록통계 2008년 기준에 따르면 1999년 10만 명당 27.0명이었던 남성 대장암 발병률은 2008년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47.0명으로 연평균 6.9% 상승했다. 위암(연평균 -0.6%), 폐암(연평균 -7%), 간암(연평균 -2.0%) 등 다른 주요 장기의 발병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여성 대장암 역시 연평균 5.2%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제암연구기구(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 의 대장암 발병률 데이터에 따르면, 2030년 우리 나라 대장암 발병 건수가 현재보다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대장암은 발견 시 후기 진행암으로 발견되는 비율이 다른 암에 비해 높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건강검진을 위해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총 51만9866명의 위암과 대장암 진단 양상을 조사한 결과 3~4기 후기진행암 비율이 대장암이 위암에 비해 2.7배(대장암 20.9% vs 위암 7.7%)나 높게 나타났다.

◇대장암 5년 생존율 70%, 세계 최고 수준

날로 증가하는 대장암의 위협 속에 대장암 완치를 위한 희망의 신호도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8년까지 지난 15년 동안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54.8%에서 70.1%까지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 65%(1999년~2006년), 캐나다 61%(2004년~2006년), 일본 65%(1997년~1999년) 등 주요 의료 선진국의 대장암 5년 생존율 보다 높은 것으로, 국내 대장암 조기검진률의 증가와 치료수준의 향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3개 대형 종합병원에서 2000년~2007년 사이 치료 받은 8,221명을 대상으로 병기별 5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대장암 1기의 5년 생존율은 최대 96.4%(92.1~96.4%)에 달했으며, 2기는 85.3%~88.0%, 3기도 66.8%~72.0%로 나타났다.

한편, 9월 한달 동안 진행하는 ‘제4회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은 대장암 완치를 기원하는 ‘오! 해피데이, 대장암 5년 생존 - 완치의 행복한 기쁨’ 주제로 전국 63개 대학병원에서 무료 건강강좌와 채소, 과일 등 채식 위주의 식습관 생활화 장려 행사 등으로 펼쳐진다.

유창식 대한대장항문학회 섭외홍보위원장(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은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라며 “대장암이 발견되는 평균 나이가 56.8세이므로 50세부터는 적어도 5년에 한번은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