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규봉] 신라면 블랙 ‘마니아’들은 어쩌라고

입력 2011-09-01 06:31

[쿠키 건강] “신라면 블랙 맛 괜찮았는데, 왜 생산을 중단한다는 건지, 참 아쉽네요. 이런저런 논란은 많았지만 국물이 진짜 우려낸 곰탕 같았는데, 왜 아닌가요? 먹어본 사람은 거의 맛있다고들 했는데….”

출시전후로 관심이 뜨거웠던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 결국 당분간 생산을 중단하면서 일부 마니아들의 아쉬움이 적잖다.

농심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라면 블랙에 대해 과장 광고로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당분간 생산중단을 밝혔다. 농심은 “과장 광고와 바가지 가격 논란으로 감시당국에 철퇴를 맞은 후 가격을 내리는 자구책을 써봤지만, 매출은 오히려 급감해 생산을 중단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일부 신라면 블랙 마니아층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맛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생산 중단이냐’, ‘정부의 규제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가격이 비싼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등 마니아층의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식품업계 반응도 다를 바 없다. ‘왜 무엇 때문에 농심이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해놓고 이렇게 쉽게 생산을 중단했을까’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제품을 생산 중단할 때는 적어도 1년 여간 심도 있는 분석이 진행되거나 아무리 짧아도 수개월은 더 걸린다”며 “그러나 농심의 경우 불과 공정위 과징금 부과 2달여 만에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내수만 당분간 생산을 중단한 것이지 수출은 계속 이뤄질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소비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또 다른 의지를 내비쳤다.

결과론이지만 이번 일로 농심은 라면이 가격에 민감한 소비재라는 것을, 공정위는 과도한 규제가 일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인지 신라면 블랙을 통해 수십억 수업료를 낸 농심이 후속 제품으로 또 어떤 것을 선뵐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