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무분별한 산모·영아 식품 유통

입력 2011-09-01 16:03
대한모유수유학회 소비자들에‘주의’ 당부

[쿠키 건강] 국내 대기업 KT&G의 자회사 KGC라이프앤진이 개설한 건강식품 프랜차이즈에서 판매되는 식품이 산모와 영아에게 위해(危害)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KGC라이프앤진은 ‘생활한방스토어’라는 컨셉으로, 건강식품 프랜차이즈 브랜드‘보움(BOUM)’을 런칭, 지난 8일 서초동에 1호점을 개장하고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대한모유수유학의학회 천병태 회장은 “보움의 제품 중 ‘모유수유를 준비하는 엄마를 위한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는‘명가의 지혜를 담은 산모 보움액’등의 2개 제품에 안전성 문제가 있다”면서 일반인들의 주의를 요망했다.

관련 제품은 다음과 같다.

▲명가의 지혜를 담은 산모 보움액(당귀, 천궁, 황기, 진피, 건생강, 감초, 백출) ▲엄마에게 필요한 아기사랑 보움환( 돈족, 생강, 당귀, 천궁, 진피, 백출, 황기, 맥문동, 익모초, 오미자, 옥수수수염, 복령, 황금, 인삼, 민들레 등)

모유수유한의학회에 따르면, 위 제품에 사용된 내용물 중 다수가 전문가의 진단과 함께 투여돼야 할 한약재로 통용되고 있다.

감초는 국제모유수유전문가 협회(ILCA)에서 ‘임의투여 금지’ 항목으로 분류한 약재이다. 모유수유 중 엄마에게 투여할 경우 아기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전문가의 상담 후 제한적으로 투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과량 투여시 가성알도스테론증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삼은 국제가이드라인에서 ‘모유수유 중 임의투여 금지’로 분류된 약재이다. 인삼의 유사 에스트로겐 효과와 유방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초나 약을 투여해야 하는 경우는 대체제가 없을 경우로만 제한되는 실정이다.

민들레, 황금은 항염 작용이 있는 한약재이다. 항염작용이 있는 한약재는 염증을 가라앉힐 목적으로 단기간에 사용하는 것으로, 식품으로 장복하기에 적당하지 않으며 오남용시 독성반응이 우려된다.

천병태 회장은 “‘명가의 지혜를 담은 산모 보움액’과 ‘엄마에게 필요한 아기사랑 보움환’은 둘다 보허탕이라는 산후 한약을 기본으로 약재를 더하거나 뺀 처방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진단 없이, 어혈이 있거나 간기 울체된 산모에 적용했을 때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약재로 구성돼 있다”면서 “민들레와 황금은 유방염 초기에 잠깐 사용해야 하는 약인데 식품으로 장복 했을 때는 독성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 회장은 또 “모유수유 중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고, 심지어 임의투여를 금지한 한약재를 모유수유 중 엄마들을 위한 식품으로 출시했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해외에서도 모유수유 중에는 식품, 일반의약품이라 하더라도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은 후 제한적으로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에서 KGC라이프앤진이 대기업인 KT&G의 계열사인데다 매장 내 ‘한의원’을 입점시켜 영업한다고 알려진 데 대해 ‘대기업인 KT&G가 의료인을 앞세워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는 시선이 있다.

이에 KGC라이프앤진 측은 “회사는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고 있고 KT&G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약 전문가인 한의계 집단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건강식품규제 현실 속에서, 의료인의 처방이 필요한 한약이,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건강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성을 담보로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우려의 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제품을 광고하고 있는 사이트에 ‘한국인삼공사가 보증하는 안전한’이라는 멘트로 홍보를 하고 있다”면서 “KGC라이프앤진이 과거 공기업으로 공공성을 가졌던 기업과 관련성을 스스로 광고하고 있어 모기업과 상관없다라는 변명이 궁색하게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참의료실천연합의 이진욱 회장은 “국내에선 식품으로 제조 가능한 한약재 종류가 정해져 있는 실정”이라면서 “선진국처럼‘임산부, 모유수유 중 엄마, 만성질환자, 영유아와 노인’ 복용에 대해 따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이며, 더 나아가 전체적으로 한약재를 이용한 식품 관련 규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