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바로 코 앞에 있는 두만강 물이 오랜 세월 스며들어 땅 속 깊이 베여 있고, 비료 한 번 주지 않고도 벌레가 끼지 않는 땅입니다. 이 천혜의 땅에서 옥수수는 성인 남성 키보다 곱절은 더 자라죠.”
지난 24일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공항에서 차로 1시간 넘게 달려 다다른 투먼(圖們)시 량수(凉水)진의 옥수수 밭. 9월 초 수확기를 앞두고 3300만㎡ 규모의 밭 전체가 거대한 노란 물결을 이룬 가운데 남홍준 연변광동제약유한회사 회장은 땅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이 옥수수 밭은 재중동포인 남 회장과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이 50대 50으로 합작해 2009년에 세운 연변광동제약이 계약 재배 중이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왜 이역만리에 옥수수 밭을 운영하는 것일까. 김현식 광동제약 부사장은 “국내 옥수수 생산량으로는 ‘광동옥수수수염차’의 원재료로 쓰이는 옥수수와 옥수수 수염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7월 옥수수수염차를 처음 선보인 광동제약은 국내 재배 옥수수의 약 40%(2010년 기준)를 사들일 만큼 ‘큰 손’역할을 하고 있지만 해마다 옥수수수염차의 매출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옥수수 수요를 유지하기는 버거웠다. 특히 갈수록 날씨는 예측이 어려워지고, 지자체와 농가들이 옥수수 재배 면적을 줄이면서 물량 확보는 더 어려워졌다.
최 회장은 고민 끝에 지린성,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등을 직접 돌아다니며 옥수수를 재배할 적당한 땅을 찾아 나섰고, 때마침 지인의 소개로 남 회장을 만났다. 김 부사장은 “이 지역 출신인 남 회장은 청정지역의 이점을 살려 유기농업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회장님은 이 곳이라면 ‘중국산=믿기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떨쳐 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수 십 년 동안 좋은 한약재를 찾아 이 지역을 다녔던 최 회장 자신의 경험도 작용했다.
최 회장은 먼저 현지인들이 판매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재배 물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무조건 사들이기로 약속했다. 대신 품질 관리만큼은 철저히 했다. 광동제약은 농약, 비료를 쓰지 않는 친환경 재배를 통해 확보한 옥수수를 인근 공장에서 원액으로 만들고, 엄격한 검사를 통해 원액을 국내 공장으로 들여와 완제품을 생산한다.
이홍규 연변광동제약 총경리는 “공장 설비와 연구 시설은 모두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2009년 한약재 부문 시설은 중국의 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기준(GMP) 허가를 통과했고, 올해 7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현지 방문 실사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 끝에 최근 투먼시와 시 식품약품감독관리국이 광동제약과 원료 안정성 확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특히 식품이나 의약품의 검열·검수를 책임지는 중국의 식품약품감독관리국까지 MOU에 참여한 것은 이 지역에선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광동제약의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직접 파종하고 재배하는 99만㎡ 농지에 대해선 더 까다롭게 관리해 5년 안에 ‘유기농 인증’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앞으로 광동제약은 이 곳 농장과 공장을 중국 시장 공략의 기지로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홍규 총경리는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 차 음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옥수수수염차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이 곳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남홍준 회장 또한 “이 곳 중국에서 광동제약 옥수수수염차처럼 당분이나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차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중국의 경제규모와 차 시장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가정할 때 광동제약 옥수수수염차의 시장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거들었다. 이에 광동제약은 이 곳 공장에서 7명의 현지 전문 연구 인력을 고용해 현지 입맛에도 잘 맞는 옥수수수염차에 대한 연구개발(R&D)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광동제약은 최근 한국 농촌진흥청과 옥수수수염에 대한 공동 연구를 통해 항산화·항암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알려진 메이신 성분의 다량 추출법을 특허 출원했다. 투먼(중국)=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현장르포] 중국 투먼市 광동제약 친환경 ‘옥수수 농장’을 가다
입력 2011-08-29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