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 김용재 교수(신경과)
[쿠키 건강] 어느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병원이면 뇌졸중센터가 있을 정도로 뇌졸중 센터는 보편화 돼 있는, 특별할 것이 없는 센터이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는 차별화 전략이 분명하다. 이대목동병원 뇌졸중 센터는 다른 병원이 뇌졸중 전문의가 5~6명인데 비해 뇌졸중만 전문으로 보는 전문의가 신경외과 1명, 신경과 2명으로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다. 하지만 조만간 국내에서 2번째로 JCI로부터 1차 뇌졸중 전문기관 인증을 앞두고 있고, 혈전용해제 처방률이 20%를 넘을 만큼 속은 알차다.
2005년부터 서울지역에서 2번째로 뇌졸중 집중 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은 2008년 혈전용해제 시술 100례 달성에 이어 2009년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뇌졸중 진료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아 뇌졸중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았다. 2007~2008년 전국 10개 병원이 참여한 급성기 뇌졸중 환자 치료 경험 연구에서는 환자 수 2위를 기록하는 등 질적, 양적인 면에서 국내 유수의 뇌졸중 전문 치료 기관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의 오늘을 있게 한 김용재 교수를 만나 한정된 자원안에서 알찬 센터를 만든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는 강서구·양천구 100만 주민의 뇌졸중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한다.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암처럼 병원을 고르고 있을 시간이 없다. 가까운 지역병원에 찾는 게 일반적이어서 지역사회에서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 증상 발생 후 환자를 응급실로 바로 싣고 가야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병원이 환자 처리 능력이 어떠한가가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는 9월말에 질환별 JCI 평가를 앞두고 있다. 평가를 위해 6년전부터 시스템을 정비하고 준비해왔다. 평가를 통과하면 1차 뇌졸중 전문기관으로 인정을 받는다. 미국이 1차 뇌졸중 전문기관 300개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세브란스가 작년에 처음 1차 뇌졸중 전문기관 인정을 받고 이대목동병원이 2번째이다. 평가에서는 센터의 시설과 장비 이외에도 뇌혈전용해제를 얼마나 빨리 쓰는가, 환자 퇴원시 꼭 필요한 약을 챙겨주는가 등 8개 항목을 평가한다. 뇌졸중 환자가 초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혈전용해제를 처방받는가가 생존률은 물론 향후 치료로 얼마나 회복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대목동병원은 혈전용해제 적용률이 20% 수준이다. 2008년 응급실을 방문한 뇌졸중 환자가 500명이었는데 이들 중 100명이 혈전용해제 처방을 받았다. 전국 평균 혈전용해제 처방이 5%가 안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높은 수치다. 혈전용해제는 환자가 병원에 증상 발생 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와야하고, 혈전용해제를 환자에 주입할 수 있는 의료진이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적용가능하다. 또 혈전용해제의 잘못된 주입은 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숙련된 의사가 있어야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과거 국내 뇌졸중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매뉴얼화 시킨 주역이다. 김 교수가 과거 국내에서는 뇌졸중 환자 대처 매뉴얼이 정립돼 있지 않아서 환자가 오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치료하면서 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MRI, CT가 각각 1대뿐인 병원에서 환자들을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형 뇌졸중 치료가 있어야 한다고 고민하던 김 교수는 2005년 뇌졸중 집중치료실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매뉴얼에 맞는 표준화된 치료를 환자에게 적용했다. 그 결과 2007년에 센터로 발전하는 결실을 맺었다.
이때 의료진간의 빠른 의사소통을 위한 ‘이화스트로크코드’를 처음 만들었다. 지금은 이를 여러병원에서 도입했다. 뇌졸중 환자가 급하게 병원에 후송되면 이화스트로코드 안에선 의료진, 환자를 이송하는 기사, 원무과가 모든 스탠바이 상태에서 체계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환자 접수부터, 영상촬영까지 최대한 빨리 움직일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조직원간의 진밀한 협조가 있어야지만이 가능한 일이다.
김 교수는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 그는 늘 혈전용해제 처방률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환자들이 뇌졸중 발생 후 최대한 빠른 시간에 병원을 찾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한다. 뇌졸중은 퇴원 후 관리가 더욱 중요한 질환 중 하나인데 이 부분에도 손발을 걷어부치고 직접관리에 나섰다. 의사와 환자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는 국내 의료 상황에서 환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서 회진시마다 코디네이터가 따라다니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지지해준다.
김 교수는 “뇌졸중은 갑자기 찾아오는, 준비가 되는 병이 아닌 만큼 심리적, 경제적 압박이 심하다”며 “이에 대한 병원 차원의 도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코디네이터는 환자의 향후 치료계획을 상의하고 조언한다. 또 전문약사가 진료때마다 함께하며 항응고제(와파린) 복용법 등을 환자에게 일러준다. 뇌졸중 센터에 항응고제센터가 따로 마련돼 있는 병원은 이대병원이 유일하다. 영양이 질환의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반영,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영양평가 프로그램도 개발 중에 있다. 또 이화여자대학교 음악치료학과 선생님들과도 함께 음악 치료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긴다고 했다. 비영리법인인 병원마저도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많은 의사들이 새겨야 할 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뇌졸중은 첨단치료보다도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잘 치료했는가가 결과로 나타나는 정직한 질환인 만큼 최선의 치료, 환자가 만족하는 치료를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특성화센터]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
입력 2011-08-23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