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여성의 전유물?… ‘포맨 마케팅’ 뜬다~!

입력 2011-08-22 15:03
피부관리, 패션·액세서리, 식음료 등 ‘포맨(For Man) 마케팅’ 시장 ‘활활’

[쿠키 건강] 남자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가 발표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남자 10명 중 4명이 외모 성형에 찬성했고, 응답자의 31.9%가 자기관리를 위해서는 고가의 유명브랜드 상품을 구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특한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는 ‘그루밍(Grooming)족’이라는 단어와 함께 어느새 일반적인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고, 미(美)에 대한 남성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포맨 마케팅(For Man Marketing)’ 또한 소비시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맑고 투명한 도자기 피부 가진 남성, 쁘띠성형도 OK!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비주얼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것과 동시에 청년 실업률이 7∼8%를 상회하면서 남성들도 사회 진출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깔끔한 인상을 중요시하게 됐다. 따라서 뷰티 시장에서 홀대 받던 남성 소비자들이 이제는 소비의 한 축을 맡게 돼 관련 업계는 남심(男心)을 공략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화장품업계는 스킨과 로션으로 단순하게 구성됐던 제품 라인을 에센스, 크림, 마스크 등으로 세분화하고 피부타입에 맞는 기능성 제품까지 속속 출시하며 남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남성들을 위한 뷰티 커뮤니티들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제품은 물론 미용 시술에 대한 정보도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운세상피부과에서 조사한 지난 5년간(2006~2010년) 내원 남성고객 통계에 의하면 피부과에 내원하는 남성고객 중 여드름과 여드름 흉터제거를 위해 병원을 찾은 고객수는 해마다 증가해 5년간 49% 늘었다. 특히 보톡스나 필러와 같이 간단한 ‘쁘띠성형’ 시술의 경우 2배 이상 시술 횟수가 늘어 남성들 사이에서 쁘띠성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음을 보여줬다.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있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거의 없는 ‘퀵 성형’으로 각광받는 ‘쁘띠성형’은 10분 내외의 시술로 사각턱 고민 해결과 코성형을 통한 전반적인 페이스 라인 윤곽 성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꽃미남 열풍이 꽃중년 열풍으로 확산되면서 중년층 이상의 남성들이 피부과를 찾아 보톡스와 필러 등을 이용해 주름을 제거하거나, 다양한 레이저 시술을 이용한 주름 관리, 기미나 검버섯 색소 제거, 모공 관리 등 적극적인 피부관리에 나서고 있다.

청담 고운세상피부과 안건영 원장은 “최근에는 청소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남성고객들이 단순한 트러블 치료 외에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외모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남자들도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자신의 피부에 적합한 시술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여드름 흉터가 고민인 20~30대 남성들에게는 피부 표면은 물론 피부 속 콜라겐 재생을 자극해 피부를 회복시키는 ‘미세박피 레이저’와 흉터 개선 및 모공·탄력 회복이 가능한 프랙셔널 고주파 ‘e2’ 시술이 적합하다. 더불어 보톡스를 이용해 사각턱을 개선하는 ‘사각턱 보톡스’와 필러 주사를 통해 콧대 교정 등이 가능한 ‘콧대 필러’ 시술 등 쁘띠성형도 인기다.

더불어 중년 남성들에게 적합한 ‘멀티레벨 리프팅’은 피부 노화의 유형과 단계에 따라 4가지 시술을 이용해 각각의 피부층에 알맞은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주름 개선과 피부탄력, 피부톤과 쳐진 페이스 라인 등을 개선해 보다 젊고 활기찬 동안피부를 되찾아 주는 역할을 한다.

또 골프나 등산 등으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발생하는 기미와 검버섯 같은 색소질환을 없애는 시술도 꽃중년을 꿈꾸는 이들로부터 많은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색소치료의 경우 피부 표면에는 열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피부 속 멜라닌 색소를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관건인데, 단일질환보다는 기미, 잡티, 검버섯, 오타반점 등이 혼재돼 나타나기 때문에 복합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C6레이저 토닝’을 비롯해 루비레이저, 플러스 옐로우 레이저 등 복합 프로그램으로 색소질환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쇼핑이 즐거운 남자들, 패션계 큰손으로 자리 잡아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을 즐겨 찾은 것은 여성(36%)이 아니라 남성(64%)이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은 그루밍족의 성장에 눈을 돌려 남자만을 위한 특별세일을 실시하거나 남성전용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한 구석에 앉아 쇼핑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던 남자들이 이제 소파에서 일어나 적극적으로 쇼핑을 즐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멀지 않은 도쿄에서는 신주쿠에 ‘이세탄 멘즈’라는 남성전용 백화점이 문을 열고 성업 중이며, 국내 한 멀티쇼핑몰에서는 몰링 트렌드 마케터를 모집하는데 20대 남자 대학생들이 대거 지원했고 한 헤어 케어 브랜드의 제품 체험단에는 남성 고객들이 상당 수 지원하는 의외의 결과를 얻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고급 의류나 액세서리에 무관심하던 남성들이 이제는 패션 명품 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명 ‘이건희 정장’이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수트 브랜드 ‘브리오니’의 맞춤 수트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약 20% 판매가 늘었으며, 올 상반기 주요 백화점에서는 1000만 원 이상의 남성용 고가 시계가 전년에 대비해 약 44% 판매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제 유통업계에서는 남성을 위한 ‘포맨 마케팅’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자리잡았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만을 위한 음료, 여자들은 마시면 안돼?

‘포맨 마케팅’은 이제 그루밍족을 넘어 모든 남자들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에게 참 좋다는 어느 건강보조식품이나 ‘S라인 될 거니?’라고 물으며 남자들의 차(茶)임을 강조했던 어느 음료의 광고를 보면 ‘포맨 마케팅’이 점차 남성 전체를 위한 것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힘찬하루 헛개차(광동제약)’는 ‘남자들의 차’라는 점을 강조해 30∼40대 남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월 평균 200만 병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또 여성 음료로 알려진 홍초를 산수유와 결합해 만든 ‘마시는 홍초 산수유(청정원)’는 주요 소비자 타깃을 여자가 아닌 남자로 설정해 출시됐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이다. 남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가꾸고 아름다워지는 것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만능 스포츠맨에 성격까지 착한 ‘엄친아·엄친딸’로 인정받는 시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