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연의 건강세상 돋보기] 치매, 그 견딜 수 없는 쓸쓸함

입력 2011-08-11 10:34

[쿠키 건강칼럼] 지난 4일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보건복지부가 치매로 인한 개인적인 고통과 피해, 사회적인 부담을 경감시키고 이에 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내년 2월5일부터 시행 예정인 치매관리법을 공포한 것이다.

치매관리법의 주요내용은 ▲5년마다 치매관리종합계획 수립 ▲치매 예방과 치료·관리를 위한 연구사업, 치매검진사업, 의료비 지원사업, 등록통계사업 등의 실시 ▲치매에 관한 전문적 연구·치매관리사업의 지원을 위한 중앙치매센터 지정 ▲지역사회 치매예방 및 치매환자 관리를 위해 보건소에 치매상담센터 설치 ▲치매관리사업 수행에 따른 비용 지원 등이다.

치매는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꼽혔고 65세 이상 노인 11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 이제 치매는 중년 이후 우리 삶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이 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즉 정상적인 인체의 노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건망증도 생기는데 흔히들 치매(dementia)와 건망증(Amnesia)을 구분하면서 드는 예가 있다. 자신이 밥을 먹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 밥 먹은 사실은 기억하는데 언제쯤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건망증으로 구분한다.

즉 치매는 사건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을 말하고 건망증은 사건의 세세한 부분을 잊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정도단계인 경도인지기능장애는 건망증에 비해 보다 반복적이고 빈번하게 잊는다는 차이가 있으며 판단력, 지각, 추리능력, 일상생활은 대부분 정상적이지만 기억력 감퇴가 심각해진다는 것이 치매와의 차이점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치매란 사람의 뇌를 이루는 뇌 신경세포가 감소해 뇌가 위축되면서 신경세포가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신경세포와도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아 기억장애를 주 증상으로 해 각종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말한다.

이에 비해 건망증은 단기기억장애 또는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장애에 의하며 개선이 가능한 반면 치매는 단기기억 뿐 아니라 저장된 기억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은 물론 기억의 검색능력과 판단력 등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치매가 의심되면 우선 그 증상이 치매인지, 단순한 건망증인지, 경도인지기능장애인지를 구별하고 다음으로 그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되는 알츠하이머성치매와 뇌혈관이 여러 군데 막혀 발생하는 혈관성치매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가지가 거의 절반씩 발생한다.

최근 들어 혈관성치매의 경우 원인이 되는 뇌졸중에 대한 홍보와 교육, 예방약 등으로 점차 줄고 있는데 반해 알츠하이머성치매는 늘고 있다. 문제는 혈관성치매는 그래도 예방이 가능하지만 알츠하이머성치매는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라는 데 있다.

혈관성치매는 중년부터 꾸준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초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상태도 좋아진다. 반면 알츠하이머성치매는 예방하거나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약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진행을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설령 치매라 해도 빨리 발견하면 병의 진행속도를 최대한 늦추면서 삶의 질을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 상압뇌수종, 갑상선기능저하증, 비타민결핍증, 신경매독, 만성뇌막염, 경막하혈종, 양성뇌종양, 약물중독, 노년기우울증 등은 모두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치매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에 갈 일이다.

인간에게 있어 기억이란 오롯한 자기 자신의 역사나 다름없다. 슬픔과 기쁨, 고통과 즐거움, 고난과 성공을 두루 겪으며 지나온 인생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삶의 가치와 의미를 비로소 찾게 되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소중한 역사를 함께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과 이를 보는 가족의 마음,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약물이 개발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