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명, 12주 임상 결과 “효과 없다”
미국 FDA, HCA 함유 다이어트약 심각한 부작용 경고
고려대 교수 “성분의 기능성, 의료인조차 모른다”
한나라 의원 “업체 손에 맡겨진 성급한 연구 못 믿어”
인하대 교수 “부작용 없다기보다 부작용 연구가 없다”
시민단체 “제조·유통·사후관리에 대한 세심한 검수 필요”
[쿠키 건강] 마시기만 하면 살을 빼는 데 도움을 준다는 체지방 감소 건강기능성 음료가 다이어트에 지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휘트니스 드링크’라는 신선한 타이틀로 다이어트 시장을 노크한 팻 다운의 경우,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지난 2002년 출시 이후 현재 누적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하며 국내 다이어트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체지방 감소 기능성 음료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여러 업체들이 줄기차게 뛰어들었고, 많은 소비자들이 음료를 마시며 다이어트 계획을 세울 정도로 붐이 이어졌다. 이 같은 매출의 일등공신은 바로 음료에 함유된 성분으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껍질 추출물인 HCA와 L-카르니틴 등이 대표적이다. 업체들은 제품의 효능에 대한 자체 실험도 가졌고, 까다롭다는 식약청의 인정까지 받았다. 제품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국가의 인정까지 받은 이 기능성 음료에 대한 부정적 해석이 있다. 음료의 주요 성분이 광고와는 달리 기능성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취재진은 비만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국제비만저널을 통해 HCA와 L-카르니틴 성분의 기능성을 연구한 논문들을 살펴봤다.
거의 모든 임상시험이 20명 안팎의 소규모, 짧게는 2주, 길어야 8주 정도의 단기간에 그쳤다. 게다가 필수 지표들이 누락된 경우가 많아 연구의 기준이나 여건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이 성분의 기능성을 말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 이유이다. 게다가 임상시험 대상자 66명, 12주에 걸친 연구기간, 가장 임상시험다운 연구에서 나온 결론이 ‘HCA의 기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해 HCA 함유 다이어트 약인 ‘하이드록시컷’에 대해 경고조치한 사례도 있다. 고려대학교 통합의학과 이성재 교수는 “성분들의 기능성은 의료인조차도 모르고 있다”며 “잘못되면 환자들이, 우리 국민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하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이연지 교수는 “‘부작용이 없다’라고 하기보다는 부작용을 발견할 만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며 성분 또는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업체와 식약청이 연구에 필요한 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 역시 “업체의 손에 맡겨진 자료 또는 일부 성급한 기존 연구를 근거로 한 심사에는 한계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제품 출시 이후 이뤄지는 모니터링 시스템 역시 개선의 여지가 있다. 시스템은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나 여건은 갖춰져 있지 않다. 눈에 띄는 부작용이 있다 해도 업체는 제품의 주의사항을 밝혔다는 명분으로 소비자의 부주의 탓으로만 돌리고, 식약청은 이런 분위기를 쇄신시킬 수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신고센터에만 의지하는 체계를 벗어나, 제품의 부작용 자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제조, 유통, 관리 전반에 걸친 세심한 검수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 ivemic@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