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센터] ‘두 배의 축복’ 쌍둥이 임신… ‘두 배의 관리’ 필요

입력 2011-08-02 10:55

[편집자주]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독자들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우수한 국내 의료진의 진료성과를 알리기 위해 ‘우리병원 특성화센터’ 현장 탐방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우리병원 특성화센터’ 기획은 환자를 위해 24시간, 48시간 이상의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국내 의료진을 응원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치료 성과를 보유한 다양한 특성화센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제일병원 쌍태임신클리닉 정진훈 교수(산부인과)

[쿠키 건강] 불임으로 고통받는 산모들이 많은 요즘 아이를 갖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만약 쌍둥이라면 두세배의 기쁨일 수 있다. 하지만 쌍둥이 임신은 아이 한명을 임신한 경우보다 임신 중독증, 유산 등의 위험이 높아 더욱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

1963년 제일병원 개원과 함께 문을 연 제일병원 쌍태임신클리닉은 환자 수나 분만 수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쌍둥이를 가장 많이 분만하는 병원이다. 또 쌍태아 분만의 90% 이상이 제왕절개로 분만하는 실정에서 제일병원 쌍태임신클리닉은 자연분만 시도가 가능한 쌍태임신부의 자연분만율이 77%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높다.

1일 제일병원 쌍태임신클리닉 정진훈 교수(산부인과)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당일도 4명의 쌍태아 분만 스케줄중 2쌍의 분만을 마치고 온 상태였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쌍둥이를 전문적으로 보는 소수의 전문의 중 한명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쌍태아 분만이 10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전체 태어나는 아이의 2%가 쌍태아다. 이 같은 증가이유는 만혼과 산모연령 증가로 불임이 증가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시험관 아기와 배란유도, 인공수정 등 생식보조술을 실시하면서 쌍태아 비율이 동시에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병원은 쌍태아 분만율이 전국 평균의 2배 수준인 4%로 높다.

쌍태아는 단태아에 비해 산전 관리가 중요하다. 쌍태아는 임신 12주 이전 유산 위험,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다운증후군과 같은 선천성 기형 발생 위험이 각각 2~4배 증가한다. 혈압, 단백뇨,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는 임신중독증과, 임신성당뇨, 조산 위험 역시 4배 이상 증가한다.

쌍태아 중에서도 일란성은 이란성에 비해 더욱 세심한 산전 관리가 중요하다. 쌍태아 여부는 임신 6~7주 초음파를 통해 알 수 있다. 초음파 상에서 심장이 두 개가 뛰고 있으면 쌍태아로 판단하는데 이때 의료진이 쌍태아가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반이 하나로 쌍태아간 공동 운명체인 일란성이 이란성보다 유산, 임신중독증 등의 위험이 2~4배가량 높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를 해줘야 한다. 일란성 쌍태아의 25%에서 쌍태아 수혈증후군, 태아 발육 부전, 태아 사망 등의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때문에 일란성 쌍태아를 임신한 산모는 일반 산모가 4주에 한번씩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과 달리 2주에 한 번씩 산부인과를 방문해 쌍태아의 크기 차이, 양수량 차이 등을 검사한다.

이처럼 쌍태아는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많은 만큼 숙련된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위급상황에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산모 분만시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쌍태임신시 출생한 신생아 합병증을 단태임신과 비교해 보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31.0%로 단태임신 신생아의 9.2%에 비해 높은 빈도를 보이며,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쌍태아의 경우 12.1%로 단태아 2.8%에 비해 출생 후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예가 더 많았다. 이는 쌍태임신시 단태임신에 비해 조산율과 저체중 출생아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제일병원에서는 초음파보다 더 해상도가 높은 정밀 초음파를 도입해 쌍태아를 가진 임신부들을 진단하고 있다.

또한 쌍태아만 전문으로 보는 숙련된 의사들이 있어 정확한 진단으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제일병원의 경우는 20.2%로 조산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쌍태임신부의 임신 36주 미만 조산 28.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제일병원은 쌍태아 자연분만율 역시 30~40%로 우수하다. 전체 자연분만이 가능한 쌍태아의 77%가 자연분만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쌍태아 자연분만율은 8%(2003~2005년 기준, 심사평가원 발표자료) 정도로 낮다.

일부 병원에서는 선둥이와 후둥이 모두 두위인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자연분만을 시도 하고 있다. 제일병원은 후둥이가 비두위인 경우라도 선둥이만 두위라면 자연분만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선둥이만 두위인 쌍태임신부에서도 자연분만을 시도한 경우 77.1%의 자연분만 성공률을 보였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져 있다 해도 분만시 의료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으면 자연분만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제일병원 쌍태임신클리닉은 쌍태아 분만시 산부인과 전문의 2명, 소아과 전문의 1명, 마취과 전문의 1명, 간호사 3명이 분만팀을 이루고 분만에 참여한다. 정 교수는 이처럼 잘 갖춰진 분만팀이 없으면 쌍태아 자연분만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소아과 전문의는 쌍태아가 미숙아일 경우 산소공급, 기관삽입 등의 역할을 마취과 의사는 산모의 응급상황시 대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 교수는 쌍태아 임신과 출산이 힘든 일인만큼 의료진의 도움 이외에도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정 교수는 “쌍태임신부는 만삭에는 걷지 못하고 숨 쉬기가 힘들어 잠을 못자는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 힘들어 우울해하는 경우도 많아 남편과 가족들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