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평소에 말을 잘 하다가도 많은 사람 앞에서나 혹은 긴장되는 상황에서 유독 목소리를 떠는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할 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중요한 면접 시 아무리 좋는 내용으로 말을 한다고 해도 목소리가 유난히 떨린다면 자신감이 결여된 듯한 인상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목소리 떨림 현상 중 일부는 후두신경 이상에 의한 병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긴장될 때만 떨린다면 문제없어
목소리는 폐에서 올라온 공기가 성대를 진동시키면서 만들어지는데 과도하게 긴장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빨라져서 목소리도 불안정하게 떨리고 끊기게 된다. 이러한 목소리 떨림증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긴장되거나 흥분되는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면접이나 중요한 프리젠테이션 시 목소리가 떨리는 사람이라면 긴장되는 상황을 미리 상상해보거나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긴장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숨을 깊이 들여 마셨다가 길게 내 쉬거나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에 책을 소리 내어 천천히 읽거나 발표하듯 읽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일상적으로 떨리면 ‘신경’ 이상
하지만 상황에 관계없이 일상적으로 목소리 떨림증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목소리를 조절하는 후두신경의 이상 신호가 원인인 ‘연축성 발성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목소리는 목의 가운데 쌍으로 위치한 성대가 진동을 해서 만들어지는데, 연축성 발성장애는 이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 성대나 발성기관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여 목소리가 떨리게 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주로 특별한 단어나 발음을 할 때, 특정 말을 할 때 목소리가 떨리거나 끊기며 목이 힘이 들어가며 말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히 긴장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말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긴장하면 더 심해진다. 실제로 많은 연축성발성장애 환자들이 면접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고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예송이비인후과가 최근 연축성 발성장애환자 2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이 71%(171명)를 차지해 남성 29%(70명)에 비해 약 2.5배 많았다. 김형태 원장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에 더 민감해서 뇌신경에 반응하기 쉽기 때문이며 떨림을 억제할 수 있는 후두근육의 힘이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
문제는 연축성 발성장애가 있는 경우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떨려 면접, 대화 등 사회활동을 크게 방해를 받지만 대부분 긴장 탓으로 오해할 뿐, 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림증은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초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성대근육에 선택적으로 보톡스를 주입, 뇌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보톡스 주입술’이 주로 적용된다. 보톡스의 작용으로 이상이 있는 성대 근육이 마비되어 뇌신경이 성대의 경련을 일으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도 성대가 반응하지 않게 됨으로서 발성장애가 개선되는 효과이다. 보톡스 주입 시기는 환자의 직업이나 증상 정도에 따라 다르다.
예방을 위해서는 목소리 오남용으로 인한 성대질환을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성대질환이 생겼거나 감기, 후두염이 있는 경우라면 가급적 목소리를 사용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평소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며 한쪽 귀에만 이어폰을 꽂고 장시간 오랜 통화를 하는 것도 삼가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목소리 덜덜 떨리는 ‘연축성발성장애’ 사회생활에 지장
입력 2011-07-26 0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