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들에게 환자는 봉인가요?”

입력 2011-07-20 18:41

네트워크치과와 기존치과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에 환자만 피해

[쿠키 건강] 결국 곪고 곪았던 게 터진 것일까. 치과의사들이 서로 진료비 밥그릇 싸움을 하며 그간 치과계 내에서 암묵적으로 다퉈왔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네트워크치과가 임플란트 가격을 후려치자, 대한치과의사협회에 소속돼 있는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집단이 문제를 삼은 것인데, 이들의 싸움에 환자만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치과의료계 및 치과산업에 따르면 치과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네트워크치과가 생길 때부터, 네트워크치과가 임플란트 등의 치과 진료비를 싼 가격에 후려치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그들만의 전쟁은 시작됐다. 그러다 최근 임플란트 치료 등을 특화한 대형 네트워크 치과병원들은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기존의 치과의원들은 파리(?)만 날리는 형국이 이어져 치과경영난에 처하자 곪았던 게 터진 것이다.

◇발치할 필요 없는 치아도 뽑았다?

포문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기존 치과의사들로 구성돼 있는 개원의협의회가 먼저 열었다.

이들은 네트워크치과의 불법행위를 문제 삼아 ‘발치할 필요가 없는 치아도 뽑아냈다’ 혹은 ‘의사 대신 치위생사가 충치 레진 치료를 했다’ 등의 내용으로 네트워크치과의 불법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폭로가 있자 치협도 “건강은 상품이 아닙니다”라며 “일부 네트워크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진료 행위를 적발해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치협의 이 같은 의지 표명은 최근 일이 아니다. 치과네트워크가 생기면서부터다. 이들은 치과네트워크가 생기면서부터 그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각종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해 증거를 수집하며, 암묵적으로 기자에게 애기해 왔었다.

그 당시 치협은 “싼값에 환자를 유치한 뒤 과잉진료로 이익을 챙기고 있는 네트워크 치과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불법 치과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가 더 큰 문제”라며 “네트워크 치과들이 처음엔 스케일링 공짜 등의 유인책을 써 환자를 모객한 후 뽑지 않아도 될 치아를 뽑는다든가 혹은 치료를 해도 구강검진이 동반되는 치료가 아닌 일부 치료에만 신경을 써 나중에는 병을 더 키우게 하는 수법을 쓴다”고 주장했다.

이후 치협의 계속해서 이 같은 맥락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해왔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결국 네트워크치과의 값싼 진료는 환자에게도 큰 악영향을 준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 치과의원도 불법행위 일삼아

네트워크치과에서 기존 치과의원들을 보는 시각도 별로 다르진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 치과들 또한 불법행위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근거로 네트워크치과들은 전국의 개원치과에서 이뤄지고 있는 1700건의 불법행위를 영상으로 담아 기전 치과의원의 불법행위를 폭로했다.

유석룡(유디, 석플란트, 룡플란트) 치과네트워크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의 치과 개원의를 돌며 환자로 가장해 불법 치료과정을 녹화했다”며 “불법행위가 마치 네트워크 치과병원만의 책임인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치과의사들의 진흙탕 싸움을 옆에서 지켜보는 환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지영(35·서울시 영등포구)씨는 “환자 입장에서야 당연히 값싸고 질 높은 진료를 받는 게 좋은 것 아니냐”며 “그런데 네트워크치과들의 값싼 진료가 오히려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줄 누가 알았냐”고 분노했다.

김호준(44·서울시 마포구)씨는 “진료비가 기존 치과에 비해 네트워크치과가 훨씬 저렴하닌까 환자 입장에선 값싼 곳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며 “기존 치과들도 치과진료 중 비급여 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진료비를 높여 많이 받아갈 생각말고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진료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과의사들은 사회적으로 많이 배우고 가진 자에 속한다. 기존 치과의원의 치과의사들이 진료비를 많이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치과의사가 되기 까지 투자한 원가가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일부 치과의사들은 말한다.

그러나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그들 때문에 괜한 환자들만 진료 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