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에 필요한 인공누액, 전문의 처방 필요”

입력 2011-07-18 11:48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 150만명… 일반약 전환, 오남용 부작용 및 경제적 부담 증가

[쿠키 건강] #최근 눈이 뻑뻑하고 침침해 불편함을 느끼는 주부 최모(65·여)씨.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눈이 침침해진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좀처럼 뻑뻑함이 가시지 않고 생활 자체에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찾은 최씨는 노화로 인한 안구건조증 진단을 받고 인공누액 처방을 받았다. 그렇게 보통 한 달에 3통 정도의 인공누액을 사용하는 최씨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양모(29·남)씨.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회사에서는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활한다. 여기에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나서 집에 가는 전철에서도 내내 스마트폰으로 책도 보고 게임도 한다. 전자파에 눈이 피곤해서인지 최근 눈도 뻑뻑하고 콘택트렌즈도 불편하게 느껴져 약국에서 파는 인공누액을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뿐, 오히려 눈이 더 피로하고 불편하게 느껴져 이걸 어째야 하나 고민 중인 양씨다.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수는 151만 명으로 집계돼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2만 명, 30대가 24만 명, 40대가 28만 명, 50대가 26만 명, 60대가 23만 명으로 조사됐다. 10만 명당 진료환자 수는 남성과 여성 모두 70대가 가장 많았다.

이는 최근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의 급증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더해 2011년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휴대용 모바일 기기 사용까지 늘면서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안구건조증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우리의 눈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빨갛고 뻑뻑한 눈, 포도막염, 각막궤양 등 중안 증상일 수도 있어… 정밀진단 필요!

이처럼 안구건조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는 많은 이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에 흔히 약국에서 인공누액을 구입해 점안하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한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은 심할 경우 각막궤양 같은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눈물이 부족하면 각막이 마르게 되고 결국 각막에 상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막에 상처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라 여겨, 당장의 불편함만을 해소하기 위해 편히 구입할 수 있는 인공누액을 넣는 것만을 방법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 안구건조증은 눈 충혈, 뻑뻑함, 이물감, 시력저하, 안구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이 꼭 안구건조증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안과에서 심각한 질환인 포도막염, 공막염, 각막궤양 등의 중안일 수도 있다. 때문에 안구건조증의 일반적인 증상으로 생각해 정밀한 진단 없이 단순히 인공누액을 넣을 경우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로 인해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더 키우거나 시력 저하 등 합병증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이미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일반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없이 구입 가능한 인공누액이 30여 종 정도 시판되고 있다. 이러한 인공누액은 안구건조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와 소프트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넣을 때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콘택트렌즈 사용자 중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넣으면 방부제 성분이 렌즈에 침착돼 오히려 눈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각막에 손상이 있거나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인공누액을 넣어야 할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인공누액을 넣어야 한다.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 남용 시 부작용 위험↑ 전문의 처방 필요

하지만 최근 모든 인공누액 제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시중에서 구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공누액 중에서 전문의약품인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이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가능 대상 의약품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약국에서만 판매되던 박카스의 슈퍼 판매 예정의 여파로 발의된 상황이다. 하지만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은 단순한 눈물 보충제로서의 눈물약이 아니라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한 ‘각결막 상피장해 치료제’로 쇼그렌증후군, 스티븐-존슨 증후군, 안구건조증후군 등 내인성 안과 질환과 수술 후 안 손상, 외상 등 외인성 질환에 대해 다른 안관 전문 용제와 함께 치료 보조제로 사용해야 하는 약제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즉 오남용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심하게는 시력을 잃게 될 수도 있는 약제인 만큼 전문의의 처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무분별한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 사용으로 각막 표면에 석회화를 동반해 각막이식이 필요했던 증례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은 안과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한 약으로 분류하고 있고, 미국은 FDA 승인이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아 판매 자체가 불가한 실정이다. 이에 성균관의대 최철영 교수는 “히아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오남용으로 인한 여러 가지 각막 부작용과 안건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편한 구입 vs 약값 부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선택은?

또한 의료비 지출에 대한 국민 부담도 더욱 커진다. 특히 노년층과 저소득층에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이들 중 병원을 찾아 진료와 인공누액 처방을 가장 많이 받는 연령대는 노년층이다. 노인들은 병원에서 매달 2~4통 이상 누액을 사용하는데, 보통 의사 처방이 가능한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을 사용한다.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은 장기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노인들은 백내장, 녹내장 등의 노인질환으로 인해 주기적인 진료를 받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젊은 층 역시 콘택트렌즈나 컴퓨터, 휴대용 모바일 기기 사용에 따른 각막염으로 인해 안과 치료를 받고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을 처방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보험 급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 개인이 직접 약값을 부담하게 돼 약값 지출이 지금보다 3~4배 이상 증가해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안과의사회 이재범 학술 부회장은 “히알루론산나트륨 제제의 인공누액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최악의 경우 약 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그대로 방치하고 병을 키우는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진정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한다면 보다 충분한 사전조사와 더불어 전문가들의 협의를 통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성균관의대 최철영 교수. 대한안과의사회 학술 부회장 이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