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에어컨 사용·휴가철 음주가무, 목 질환 유발

입력 2011-07-05 10:09
[쿠키 건강]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됐다. 이번 여름은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고 또 길게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심한 폭염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 에어컨 사용이 늘게 되는데 직장인의 경우 근무시간 내내 에어컨에 노출돼 있어 더위도 모자라 냉방병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또 하나 더위가 시작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피서지 휴가.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들이키는 톡 쏘는 맥주 한잔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도를 지나쳐 밤새도록 음주가무를 즐기는 행락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음주가무 족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메랑 같은 피로 스트레스가 대부분이다.

에어컨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냉방병, 휴가 후 2차 누적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와 더불어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여름철 목 건강’이다. 특히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세일즈맨, 성악가, 선생님, 상담원 등 목소리 주사용자에 대한 각별한 목소리 관리가 필요하다.

◇더위해소 에어컨? 목소리 질환을 부른다

에어컨 등 냉방기로 인한 갑작스런 체온 변화는 특히 목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겨울철 몸을 갑자기 움츠리는 것처럼 성대 근육이 경직될 수 있다. 실내의 온도차이는 5℃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등 냉방기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곰팡이 등으로 성대 부종이 올 수 있어 항시 청결하게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쉰 목소리 혹은 통증이 동반된다면 냉방 원인성 성대부종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에어컨은 제습효과도 있는 반면 심할 경우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만든다. 목소리는 특히 차고 건조한 환경에서 치명적이다. 성대를 마르게 하고 이는 성대 결절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목소리는 1초당 120~250회 정도 성대가 미세한 진동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것인데 성대의 점막이 항상 촉촉하지 않을 경우 진동으로 인해 성대가 충격을 입을 수 있다. 성대가 마른 상태에서 억지로 목소리를 내면 이 자극으로 인해 쉰 목소리가 나는 성대부종이나 성대폴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피서지 치킨에 맥주한잔, 성대에 자극

휴가철 빠질 수 없는 맥주는 발효주로 다량의 탄산을 포함한다. 문제는 바로 그 ‘톡 쏘는 느낌’으로, 입에서 느껴지는 톡 쏘는 느낌은 입뿐만 아니라 성대에까지 자극을 줄 수 있다. 특히 목에 염증이나 상처가 있을 때에는 이러한 자극이 이물감이나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더욱 멀리해야 한다.

맥주는 인두를 거쳐 식도로 들어가는 즉시 위에서 흡수되므로 빠르게 성대 점막을 마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알코올은 분해될 때 다량의 수분을 필요로 하므로 다량의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윤활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분도 소모하게 돼 성대 표면의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는 윤활유가 분비되지 않게 된다.

1초에150~250회 정도로 빠르게 진동하는 성대의 점막에 윤활유 분비가 잘되어야 성대 진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빠른 진동에도 잘 견딜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엔진오일이 없는 상태에서 엔진을 가동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대에 좋지 않다.

목소리를 생각한다면 음주와 흡연이 함께 되는 상황은 절대 피해야 한다. 담뱃잎이 타는 온도 약 1000~1500℃이다. 우리 몸의 코는 몸밖에 공기를 데우거나 식혀 최대한 체온에 맞게 밖의 공기를 유입시켜주며 불순물을 걸러주고 습윤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흡연을 할 경우 코의 이러한 필터와 습윤기능이 없이 뜨거운 담배연기가 바로 성대로 전달되어 성대는 순식간에 건조해질 수 밖에 없다. 담배에 들어있는 타르와 유해성분은 각종 성대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휴가지로 떠나가면서 긴 시간을 차에서 보낼 수 있고 휴가지에서 흔히 먹는 치킨, 햄버거 등 인스턴트 음식은 위산을 역류시켜 후두와 성대를 붓게 할 수 있다. 역류성 후두염에 걸리면 만성적으로 목이 쉽게 쉬고 기침이 와 목소리를 구사하기가 어려워진다.

역류성 후두염이란 정상적으로는 위에 내려가서 다시 올라오지 않고 머물러 있어야 할 위산이 거꾸로 식도나 입으로 올라와 후두나 인두를 자극해 부종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신트림이라고도 하는 흔한 증상이 바로 역류와 비슷한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술이 과할 경우 성대 점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데, 면역력이 낮아지면 후두에 염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 휴가지에서는 평소보다 더 큰소리로 말을 해야 대화가 가능해진다. 더욱이 휴가지의 많은 사람들이 소음과 즐거운 마음에서 자신도 모르게 과도하게 나오는 큰소리는 성대를 더욱 붓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평소 기초체력관리 및 충분한 수분. 음식물 섭취가 중요

재충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휴가철과 과도한 냉방기기 사용으로 인해 생체리듬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여름철은 움직임이 없다 해도 가장 빨리 체력이 고갈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따라야 한다.

특히 휴가지에서의 과도한 음주, 흡연, 기름진 음식 등을 섭취하는 것은 목소리 건강에 좋지 않다. 휴가 후 생체리듬이 교란돼서 생기는 바캉스 증후군의 대표적인 현상은 불면증과 무기력이다. 이는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중추신경의 기능조절을 방해해 목소리 생성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적당한 운동으로 땀을 흘려 체온을 자연스럽게 유지시켜주거나 야채나 과일을 통한 충분한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꾸준한 체력관리와 더불어 성대근육의 약화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하듯 꾸준한 발성연습은 성대근육을 건강하게 한다. 하지만 장시간 무리하게 성대를 사용하는 것과 목소리가 이미 변한 상태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섭취해 성대점막이 항상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특히 목이 건조해져 소리가 잘 나지 않거나 헛기침을 많이 할 때는 체온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나눠 마셔주면 한결 부드러워진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기초체력을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엔 체력 소모가 많으므로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걸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