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독자들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우수한 국내 의료진의 진료성과를 알리기 위해 ‘우리병원 특성화센터’ 현장 탐방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우리병원 특성화센터’ 기획은 환자를 위해 24시간, 48시간 이상의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국내 의료진을 응원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치료 성과를 보유한 다양한 특성화센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보라매병원 중독센터 최정석 교수(서울의대 신경정신과)
[쿠키 건강] 중독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알코올, 니코틴 등 ‘물질’ 중독에서 최근에는 인터넷과 게임, 도박 중독 등 소위 ‘행위’ 중독이 증가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중독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박 중독환자 한 명이 주변사람 4~5명의 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중독이 폭력, 살인 등 범죄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증상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강박증, 공포증, 공황장애 등 ‘불안장애’ 환자들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불안장애의 국내 유병률은 22~23% 정도로 높은 편이다. 급격한 경제 발전과 이 안에서 심화되는 경쟁 환경이 스트레스로 작용, 불안장애뿐만 아니라 여기서 비롯된 중독 환자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문제는 중독을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해 스스로 이겨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서 쉽게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중독 환자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환경마저 열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라매병원 중독센터는 상담, 약물 치료이외에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니코틴 중독 환자들을 대상으로 중독을 야기시키는 상황을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현실 속에 규칙적으로 노출시켜 익숙해지도록 해 불안과 중독 욕구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현실’ 치료 방법을 적용하는 등 중독 환자들을 대상으로 앞선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는 니코틴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상현실 금연프로그램을 개발, 1년6개월 동안 1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조만간 대한신경정신과학회지 영문판 발표할 예정이다. 환자들은 컴퓨터 가상현실 속에서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가장 참기 힘들다는 술집 환경에 노출된다. 여기서 다른 사람이 담배 피우는 모습, 술집의 TV에서 영화배우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최 교수팀은 프로그램으로 4주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총 4번, 40분씩 치료한 결과 환자의 흡연욕구뿐만 아니라 맥박수, 근육긴장도, 피부의 전류 등 신체반응이 현저히 개선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다. 3개월간의 가상현실 치료만으로도 금연 성공률이 40%로 니코틴 보조제만으로 치료했을 때 10~15%, 상담만 받았을 때 15%,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했을 때 5% 높게 나타났다. 상담과 처방 금연약으로 동시에 치료했을 때도 가상현실 치료와 비슷한 금연 성공률이 나타나지만 금연약의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른 대학병원 등에서 이같은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을 정신분열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고글을 써야하는 등의 문제로 환자가 치료에 집중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고글을 쓰면 환자가 현실이 아니라 영상을 보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고글이 움직일 때마다 어지러움증이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센터는 삼면 스크린에 프로젝터를 통해서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센터는 금연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 이외에도 도박 중독 환자들을 위한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오는 8월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최 교수는 도박 중독 환자들의 MRI를 관찰한 결과, 도파민 분비와 관련된 뇌 부위가 일반인보다 커져 있으며 이를 근거로 행위중독이 뇌질환의 일종이라는 것을 밝힌 연구결과를 2009년 생물정신의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중독은 사회 문제
최 교수는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 등 병원 치료를 통해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독 환자가 중독 환경에 빠지는 것을 막는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가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도박 중독 폐해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과 정책 개발을 위한 연구에 참여한 것도 사회적 장치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중독 환자가 제 발로 걸어서 병원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예를 들어 도박 중독으로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의 경우 수천만원 이상의 채무가 있거나 집을 날리고 전세에서 월세까지 전락한 경우로 이미 문제가 심각해진 이후이다. 이 상황까지 간 경우에도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가족의 손에 이끌려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중독을 끊기 위해서는 환경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중독은 한 사람의 의사나 병원 치료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중독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 병원을 찾고 치료 받은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가 또 다시 중독에 빠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병원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보라매병원은 시립병원이라는 특성상 외부기관과의 연계 활동이 활발하다. 지역의 정신보건센터라던지와 연계가 잘 돼 있다. 병원이 동작구 정신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서울시가 인터넷 중독의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아이윌센터’와도 연계돼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특성화센터] ‘중독’ 치료할 수 있다
입력 2011-07-04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