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국내 연구진이 DNA에 존재하지 않는 대규모 RNA 자체 서열 변이를 규명함으로써 향후 질병정복을 위한 유전체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이다.
서울대 유전체학연구소(소장 서정선 교수)와 마크로젠의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연구 기술력을 인정 받음과 동시에 학계에 한국인 유전체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유럽인 유전정보 중심의 기존 질병 유전자 발굴 방법론의 한계와 함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연구 과정과 성과 향후 전망은?
이번에 발표된 연구 성과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대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가 꾸준히 동북아시아인의 유전체 변이 발굴에 초점을 맞춘 것의 결실이다.
연구를 주도한 서정선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의 밑바탕에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동북아게놈프로젝트로 연구팀을 꾸준히 지원한 교육과학기술부와 차세대염기서열 분석기 개발 연구과제를 지원해 온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의 연구개발 투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구비를 지원해 온 녹십자와 에이티넘파트너스, 마크로젠의 첨단 염기서열 분석 기술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팀은 한국인 18명의 게놈 분석을 통해 950만개 이상의 게놈 변이를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이중 220만개 이상이 기존 연구에서 한번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것이었다. 현재까지 인류 전체에서 발견된 게놈 변이가 약 3000만개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한국인 18명 연구를 통해 발굴된 변이는 상당한 양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한 사람씩 게놈 분석 연구를 수행할 경우는 새로운 변이를 발견하더라도, 그것이 그 개인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민족 또는 인종 특이적인 것인지 알아내는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는 한국인이라고 하는 단일 민족만으로 18명의 게놈을 분석함으로써 어떠한 변이가 한국인에서 흔하고 어떠한 것이 희귀한 것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구에 따르면 새롭게 발견한 220만개의 변이 중 약 120만개는 한국인에서 최소 10% 이상 존재하는 흔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에서 이렇게 흔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다른 민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한번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러한 변이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이 연구를 통해서 한국인에서 호발하는 질병이나 한국인에 잘 듣지 않는 약물 등 기존의 연구로 밝혀지지 않았던 현상에 대한 연구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선 교수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이제 각 민족의 질병 유전자 연구는 그 민족의 유전체 정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이것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인의 유전체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향후 아시아인 유전체 다양성 프로젝트를 더 확장시켜 내년까지 약 1000명의 아시아인 유전체를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마크로젠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아시아인 유전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개하고, 이를 통한 개인별 맞춤의학의 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마크로젠 생명과학연구소는 공동연구를 통해 지난 2009년 한국인 남성 전장 유전체 서열에 대해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한 바 있다. 또 2010년에는 아시아인 30명의 유전자 복제수 변이지도를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게재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서울의대 서정선 교수·마크로젠 공동연구 성과, 의미는?
입력 2011-07-04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