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악성림프종 표적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쾌거

입력 2011-07-01 12:03
[쿠키 건강] 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질환인 악성림프종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표적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조석구(혈액내과)·홍영선(종양내과) 교수와 가톨릭의과대학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김태규·의생명과학교실 이숙경 교수 연구팀은 악성림프종인 NK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항암치료 후 재발방지를 위한 표적 면역세포 치료제를 투입해 안정성과 임상효과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NK세포 림프종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후 표적 면역세포 치료제를 12주에 걸쳐 8번 주입했다. 3년간의 관찰 결과 10명의 환자가 재발없이 생존했으며, 이들의 평균 생존율은 21.4개월로 3년 생존율이 85%에 달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NK세포 림프종은 재발율이 40~50% 정도로 매우 높고, 재발 후에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사망에 이르는 등 예후가 불량하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번 생존율 결과는 이러한 예후에 비해 매우 괄목할 만한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적용된 표적 면역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특정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훈련시킨 정예군대인 T세포를 체외에서 대량 배양시킨 것으로, 연구팀은 이를 환자에게 직접 주입했다. T세포는 흉선에서 유래하는 림프구로 면역에서의 기억능력 및 항원에 오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능력을 가지며, B세포에 정보를 제공하여 항체 생성을 돕는다.

인체에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종양과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겼을 때 이를 인식하고 이에 맞게 T세포에게 공격을 요청하는 수지상 세포가 있다. 수지상세포는 인체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맨 처음 출동하는 면역세포로, 외부침입자의 항원을 면역체계의 T세포에 전달해 본격적인 공격에 나서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의 혈액으로부터 채집한 수지상세포를 이용해 시험관 내에서 T세포가 NK세포 림프종의 발병에 핵심 원인 인자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stein-Barr Virus, 이하 EBV)를 인식하도록 자극했다.

연구팀은 “이 때 환자의 암세포 마다 EBV 유전자 발현에 차이가 있어, 두 가지 항원(LMP1, LMP2a)을 모두 인식하는 양가형 T세포를 유도해, EBV가 발현된 암세포를 정확하게 공격하도록 맞춤형 T세포를 주문·생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체외에서 이 T세포를 특이적으로 증폭시켜 한번에 4000만개를 환자의 몸속에 주입하기 때문에 대량의 T세포들이 암세포를 표적 공격해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설명이다.

임상연구 책임자인 조석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면역세포치료 분야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T세포를 이용한 표적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한 것으로, 세포치료제가 임상실용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악성림프종 이외에도 EBV와 관련된 위암, 후두암, 면역억제제 장기간 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악성종양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서 표적 면역세포 치료제 생산을 주도한 김태규 교수는 “이 세포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없으며, 몸에 남아있는 암세포를 샅샅이 찾아다니며 사멸시키기 때문에 재발을 억제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 후 연구자 주도형 임상연구로 시행됐으며, 지난 5월 열린 대한혈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돼 우수연제(Best Abstract)로 선정됐다.

한편, 악성림프종의 약 8% 가량을 차지하는 NK세포 림프종은 서양보다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에서 상대적으로 흔하며 연간 약 100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용어]엡스타인바 바이러스=인체에서 가장 흔한 헤르페스바이러스로, 인간의 90% 이상 감염되어 있다. 대부분 어렸을 때 인후두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염되며, 바이러스의 잠복감염이 일부 암과 연관되어 있음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