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행정고시 출신의 지방행정 전문가로 알려진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 서울시에서 거의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30여 년 동안 행정 내공을 쌓아왔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진 구청장을 만나 서초구만의 발전전략을 들어봤다.
- 서초구를 이끌어 가는 힘, 소통융합행정과 현장행정이라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정인가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배우고, 즉시 반응하는 게 소통융합행정의 기본 틀이다. 구청장뿐 아니라 서초구의 모든 공무원들은 이러한 원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아울러 모든 중심은 소통이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경청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반응하는 것이다. 기업처럼 행정도 즉각적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듣고 빠르게 실천해야 한다. 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 행정 실현을 위해서는 공무원이 아닌 주민 중심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취임 뒤 약 6개월 동안 잘못된 보고나 축소 보고가 많았다. 현장 확인 없이 안일하게 일을 처리하려 했기 때문이다. 구청장이 먼저 현장에 달려갔다. 서초 직원들도 자연스레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을 체득했다. 직원들에게 보급한 운동화는 언제나 현장을 찾아 발로 뛰라는 뜻이 담겨 있다.
- 소통융합·현장행정 강화를 위한 다른 노력은 없었나
모든 관공서에는 기관장과 소통하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해당부서 담당자나 부서장이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초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란에는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과 쓴 소리, 값진 제언이 매일 20건 가까이 올라온다. 서초구청장은 출근과 동시에 이 의견을 하나도 빠짐없이 검토한다. 해당 부서장, 주무관이 모두 모여 문제를 검토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담당자와 민원인이 직접 만나 상세한 얘기를 듣기도 한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구정 소식, 정보를 많이 얻는다. 구청장부터 개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운영해 소통의 폭을 넓혔다. 지난해 구 간부 60여명에게 스마트폰을 보급했다. 과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활용 경진대회, 올해 4월에는 스마트패드 활용 경진대회를 진행했다. IT 트랜드를 활용해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할지를 고민한다.
- 취임 뒤 민원해결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어떻게 해결하나
공무원들은 머리 아픈 문제는 슬그머니 후임자에게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권한 문제도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해서다. 해결을 바라는 민원인에게는 한시가 급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무려 2주일 넘게 결재를 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철저히 관공서 위주, 공무원 중심 사고에서 나온 폐단이다. 이를 완전히 바꾸기 위해 기존 현안회의의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교체했다. 첫 현안회의 때 해결하지 못하고 해묵은 미결 정책을 다뤘다. 일단 보고 된 사항은 구청장이 모두 책임지겠다고 했다. 담당 주무관부터 팀·과장, 국장 모두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다. 국장이든, 9급 주무관이든 저마다 제시하고 갑론을박을 거치다 보면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혼자만 고민하던 문제를 함께 풀어가니 부담이 훨씬 줄었다.
특히 계층제로 이뤄진 행정조직에서 민원해결을 위한 단계별 절차를 거치다 보면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안회의에는 실무자를 비롯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복잡한 결재단계를 확 줄였다. 회의 개최 1년여 만에 350여 개 안건을 해결하고 약 330억 상당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뒀다. 주민에게 불합리했던 법 규정 개정을 이끌기도 했다. 회의는 안건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민원이 잘 해결되고 주민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큰 성과가 있을까.
- 구청장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풍부한 행정경험과 20대의 열정·체력, 청렴을 꼽고 싶다.
서초구청장에 당선되기 전 30여 년 동안 서울시에서 법무와 문화, 공보, 기획, 재정, 환경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두루 거쳤다. 지자체 공무원으로는 드물게 중국에서 4년, 미국에서 약 2년을 보내기도 했다. 북경서울문화무역관장으로 근무하면서 중국의 성장을 온 몸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행정경험이 구청장으로서 주민의 뜻을 반영하고,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건강을 위해 틈틈이 노력한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구 행정을 잘 꾸려 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단 하루를 일하더라도 청렴하게 임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감시하고 검은 유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접견실에 CCTV를 설치했다.
- 구청장이 소통과 혁신을 강조하다보니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결코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도 든다. 구청 직원의 복지,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예전 공무원은 주어진 일만 수동적으로 처리했다. 그것이 가능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바로 주민에게서 반응이 온다.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공개될 수밖에 없다. 사소한 것도 덮거나 은폐할 수 없다.
대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에게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준다. ‘서초 창의행정 명예의 전당’은 직원들이 제안한 정책 가운데 주민이 직접 뽑은 우수 정책을 구청 1층에 홍보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격려하다보면 다른 직원에게는 자극제가 된다. 얼마 전부터는 창의표창 포상금을 ‘해외연수 마일리지제’로 바꿨다. 열심히 일한 직원이라 하더라도 1년에 1번 이상 표창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 포상금을 적립해 해외연수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했다.
구내식당의 남은 반찬을 포장해 판매하는 ‘깔끔이 반찬가게’도 맞벌이 직원을 위한 세심한 서비스다.
- 서초구의 향후 발전비전을 제시해 달라
기본 목표는 서초구가 삶의 질 세계 1등 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서초구청 입구에 들어서면 그 흔한 대문도 담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이면도로까지 시원하게 뚫려 주민들과 함께 하는 열린 공원, 소통하는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서초의 모든 행정은 투명하다. 거리낌 없이 공개한다. 이를 통해 주민 삶의 질, 행복지수를 높여 간다.
그 과정에서 개청 이후 최초로 대통령 표창(제1회 아이낳기 좋은 세상 운동 경진대회)을 받고,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범운전자가 참여한 교차로 꼬리물기 계도, ‘두 자녀 이상 무료 아이돌보미 서비스’, 폐휴대폰 내면 양재천 수영장 무료입장, 맞춤형 행정정보시스템 서비스 시행, 어린이 안전급식지원센터 운영 등 전국 최초로 시도한 사업만 19개다.
‘서초가 하면 다르다’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었고, 더욱 발전시켜나가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은석 기자
“세계 1등 서초를 꿈꾼다” 진익철 구청장
입력 2011-07-01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