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진이 먹는 일반 진통제가 ‘근육 진통제’로 둔갑…제약사 얄팍한 상술 논란

입력 2011-06-27 10:03

[쿠키 건강] 차승원씨와 공효진씨의 좌충우돌 러브스토리 ‘최고의 사랑’은 올 상반기 최고의 완소드라마이다. 하지만 인기 때문인지 우려스러운 건 차승원씨가 드라마 안팎으로 광고하는 진통제 ‘제로정’(성분명 덱시부프로펜) 때문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 따르면 삼일제약의 제로정은 근육통을 위한 특별한 약도 새로운 성분도 아니라는 것. 그냥 기존에도 판매해오던 소염 진통제의 하나이다. 제로정의 성분 덱시부프로펜은 부루펜이란 상품명으로 널리 알려진 이부프로펜의 화학구조에서 약효발현을 나타내는 부분인 D체(Dex-)만 추출해서 정제한 것이다.

부루펜은 광고를 통해 어린이 해열, 진통제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제로정 또한 추가되는 새로운 효과는 없다.

하지만 의약품 광고의 무서운 점은 한번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제로정의 광고에서는 운동하고에 뻐근할 때 그 증상을 간편한 해결해주는 약으로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역의 차승원씨가 뻔뻔하게 나올수록 사랑스러운 드라마는 간접광고로 노출된 의약품조차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근육통에 제로정과 진통제가 과연 옳은 선택일까? 제로정의 설명서를 보면 효능과 효과는 다음과 같다.

- 급성 및 만성 관절염: 만성 다발성 관절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
- 관절증
- 염증성 류마티스 질환: 강직성척추염, 근육류마티즘
- 외상 및 수술 후 통증성 부종(부기) 또는 염증
- 통증 및 발열을 수반하는 감염증의 치료보조

하지만 제로정의 영리한 광고는 스스로가 진통제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러한 일반약 광고의 허술한 규제는 약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잘 읽지 않는 제로정의 설명서의 경고 문구 첫줄은 ‘매일 3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이 약이나 다른 해열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경우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이 이 약을 복용하면 위장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고 시작한다.

특히 소염 진통제의 경우는 기존 처방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나 술을 마시는 사람의 경우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진통제 제로정의 사용상 주의 사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명 배우 출연의 광고나 드라마만 보고 ‘독고진이 광고하는 약’을 사 먹으러 가는 일을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진통제를 운동 후 근육을 이완 시켜주는 약으로 둔갑 시킨 해당 제약회사의 상술에도 문제가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