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비뇨기과 진료실 정경(情景)

입력 2011-06-23 16:08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요즘 진료실에서는 간호사가 환자를 호출하지 않고 컴퓨터로 환자이름을 클릭하면 기계음이 환자를 불러준다. 환자가 들어오는 짧은 동안 차트에서 환자의 나이와 성별을 확인하고 나름 어떤 환자일까 짐작해 본다.

[띵~똥~~. 홍근태 님, 1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19세, 남자다. 머리에 무스를 발라 곧추세우고 보일 듯 말 듯 노랑브리지까지 넣었다. 착 달라붙은 골반바지에 가슴이 드러난 브이넥 사이로 보이는 목걸이······.
나이가 좀 어리긴 하지만 이쯤 되면 대충 짐작이 가는 환자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농이 나오고 오줌 눌 때 아파요.”

짐작이 들어맞았고 성병의 경우에는 특히 병력을 자세히 물어야 한다.

“혹시 증상이 있기 전 성관계 언제 했어요?”
“일주일 전쯤에 했는데요.”
“누구랑? 여자친구? 아니면 직업여성?”
“여자친구는 아니고 가끔 만나서 섹스만 하는 사이입니다.”

검사 후 임균성요도염으로 판명돼 주사제를 처방했다.

“그런데 그 여자친구도 치료를 받으라고 해야 하는데······.”
“여자친구 아니라니깐요, 이제 안 만날 거니까 얘기 안 해줘도 되요.”
“헐~~~!!!!”

[띵~똥~~ 김길수 님, 1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40대 초반 남성인데 복장이 좀 그렇다. 머리를 빡빡 깎았고 슬리퍼에, 바지는 하얀 옆줄 세 개가 있는 짝퉁 삼디다스 추리닝, 윗도리는 그냥 러닝셔츠 차림이다. 진료하는데 옷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병원 진료 받으러 오는 것도 외출인데 이분은 그냥 동네 마실 나온 차림이다.

환자의 복장이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진료를 시작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어디 불편한건 아니고요······.”(이렇게 얘기하는 환자들을 대하면 의사는 무척 당황하게 된다.)
“그럼?”
“여기가 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이 바지 아래부위다. 이럴 경우에는 더 이상 물으면 환자에게 실례(?)다. 대화를 중단하고 바로 현장을 보는 것이 좋다.

바지를 내리게 하고 확인했더니 음경 피부에 궤양이 몇 개 있고 우측 서혜부 임파선이 부어있다. 그 정도로 봤을 때 절대로 매우 불편한 상태다.
(아! 이래서 추리닝 바지를 입고 왔구나······. 근데 위에는 왜 러닝셔츠만 입으셨나?)
바지는 이해가 되는데 러닝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병변으로 미뤄보아 가능성 있는 질환을 설명하고 매독혈청검사와 에이즈검사를 함께 하자고 권유했다.

“매독하고 에이즈검사는 안할래요. 그냥 치료만 해줘요.”
“이런 경우는 매독 가능성이 높고 에이즈검사는 같이 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뇨, 에이즈면 치료도 안 되는데 그냥 모르고 살래요.”
“허걱~~~ 뭥미????”

결국,
홍근태 군은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치료를 받게 했고 김길수 씨는 검사 결과 에이즈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1기 매독으로 판명돼 페니실린 치료를 받았다. 김길수 씨는 이제 아무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으며 요즘도 삼디다스 추리닝과 러닝 차림으로 다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