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에 배앓이 주의보

입력 2011-06-23 10:21

[쿠키 건강] 6월 시작부터 전국이 연일 때이른 한여름 날씨에 시달리고 있다.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는 미처 적응하지 못한 우리 몸에 탈이 생길 위험을 덩달아 높인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무더위 때문에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고, 더위를 먹어 입맛을 잃는가 하면 에어컨 바람에 감기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에어컨 바람과 차가운 음식 탓에 복통과 소화불량 등에 걸리기 쉽다. 세란병원 내과 장준희 과장의 도움말로 더운 여름철 나타날 수 있는 뱃병의 종류와 증상,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에어컨 바람에 하루 종일 사르륵 아픈 배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 감기뿐 아니라 설사나 소화불량 같은 위장질환이 생기기 쉽다. 냉방기 사용으로 바깥기온과 실내온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우리 몸은 이러한 온도차이 자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이로 인해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혈관의 급속한 수축으로 뇌와 위장 등 주요기관의 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난다. 또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에서 밀폐된 공간에 오랫동안 갇혀 있게 되면 실내공기에 포함된 여러 가지 유해물질과 병원균에 신체가 지속적으로 노출돼 세균이나 바이러스균에 의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냉방기 사용으로 인한 뱃병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온도의 변화에 대한 신체조절 능력은 5℃ 내외라고 알려져 있다. 조절이 가능하다면 하루 종일 에어컨을 가동하지 말고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이 좋다. 덥다고 너무 에어컨에만 의존하지 말고 몸이 지나치게 차가워지지 않게 해야 한다. 또 에어컨이 계속 가동되는 실내라면 긴 옷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마사지를 통해 혈액 순환을 돕는 것도 좋겠다. 위장장애가 있을 경우 따뜻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상 증상이 장시간 지속되면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증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잘못 먹은 음식 배앓이로 이어져

흔히 식중독은 한여름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 식중독 건수는 6월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통계청 식중독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식중독환자수가 5월에는 201명이었으나 6월에는 1908명으로 증가했다. 이제 막 시작한 더위에 ‘괜찮겠지?’ 하고 방심 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상한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외부온도가 높아지면서 실온에 보관한 음식에는 세균이 쉽게 번식 한다. 여기에 습도가 높은 장마철이 되면 세균은 더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일반적으로 섭씨 30도 정도 되는 여름 날씨에는 세균이 식품 내로 들어간 후 4~5시간만에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또, 여름철에 특히 많이 먹게 되는 어패류를 통해 세균성 장염에 걸리기 쉽다.

여름철에는 일단 음식물 섭취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비위생적인 음식,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음식, 익히지 않은 음식은 식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개인청결에 신경 쓰고 반드시 끓인 물이나 생수를 마시며 위생적으로 조리된 음식을 먹는 것이 최상의 예방책이다.

일단 복통과 설사 등의 증세가 생기면 설사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반나절 가량은 음식을 먹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또 급성기에는 우유나 유제품, 김치 같은 고섬유질 음식, 기름진 음식, 맵고 짜고 신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야 한다. 커피, 코코아, 콜라 등과 같은 카페인음료나 술도 피해야 한다. 심할 경우 하루정도 음식물 공급을 중단하고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을 섭취한다. 이후 설사가 줄어드는 등 상태가 호전되면 미음이나 쌀죽 등 기름기가 없는 담백한 음식부터 섭취한다. 물론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극심한 탈수현상을 보이면 수액제를 맞아야 한다.

여행지에서 생기는 복통

피서지에서 혹은 여행 중에 복통과 설사 등이 발생하면 난감해진다. 최근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흔히 ‘물갈이병’이라고 하는 ‘여행자 설사’ 역시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해외여행 중 20~30% 정도가 복통과 설사를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었다. 특히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여행객들 대부분은 이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여행시 겪는 복통과 설사는 세균이 직접 장에 들어와서 증식을 하고 거기에서 독소를 내던지 장점막을 침범해서 생기는 병이다. 때문에 잠복기가 8시간에서 5일까지로 다소 길다. 때에 따라서는 여행에서 돌아 온 후에 복통과 설사를 겪기도 한다. 외유 중에 생기는 질환은 아무리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또, 자칫 즐거운 여행을 망치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일단 여행 중에는 불결한 물과 음식을 피해야 한다. 거리에서 파는 음식이나 병에 담겨 판매되는 생수와 음료 혹은 얼음 등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 물갈이병은 3~4일 안정을 취하고 간단한 약물 치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그러나 이질이나 콜레라 같은 심한 감염성질환의 우려도 있다. 심한 설사가 계속되고 피가 섞여 나오는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콜레라는 심할 경우 쇼크나 사망을 초래하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