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살률 1위 대한민국, ‘자살예방 위한 사회적 개입 절실’

입력 2011-06-22 15:14
[쿠키 건강] 최근 유명인들의 자살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자살의 원인이 되는 우울증을 적극 치료할 수 있는 진료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 NECA)은 최근 우리사회에 심각한 문제도 대두된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대책마련 일환으로 ‘국내 우울증의 질병부담과 치료현황’ 주제의 NECA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 20명중 1명은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평생 한번이라도 우울증을 앓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5.6% 가량인 약 200만명이라며,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전체 국민의 2.5%인 약 100만명 정도라고 추정했다.

특히 우울증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이지만, 누구나 앓을 수 있고 치료도 가능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우울증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자살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신과 등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수는 29만명이며, 이중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사람은 15만명 가량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보고서는 우울증 등 의료적 문제가 자살의 중요한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의 15%만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진단했다.

◇자살기도자는 의학적 상태의 환자

이처럼 우울증 환자의 치료율이 떨어지면서 국내 자살 인구도 꾸준히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5413명이었다. 이는 하루 평균 42.2명, 34분에 1명꼴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수를 나타내는 자살률이 무려 31.0명으로 2008년보다 무려 19.3%나 늘었다.

NECA 보고서는 특히 “국내 6510명의 일반인 대상의 한 연구에 의하면 자살기도자의 60~72%, 자살사망자의 80%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살기도자는 의학적 상태의 환자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살기도라는 병명만으로 건강보험이나 사보험에서 의학적 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이들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과 사회의 인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최근 학업과 생활고 등 생계형 자살도 급증하고 있어 자살을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만 미룰 수 없고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미국 등 외국처럼 자살을 기도해 응급실 등 병원에 오는 경우 정신과 등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시스템을 마련해 자살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적 부검 등 대책 필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자살의 원인을 찾아 다른 사람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자살사망자 발생 시 자살 이유를 찾기 위해 자살한 사람의 성장 과정, 의학적 병력, 사회적 과거력, 최근 상황 등을 중심으로 자살자의 심리에 대해 자세한 조사와 검토를 하는 심리적 부검이 자살 예방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자살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현황파악도 중요한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전 국민 대상 실태조사를 비롯해 각 유관기관과 병원 등의 자료 연계를 통해 실질적이고 폭넓은 자료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공익적 차원의 연구를 위해 여러 기관의 자료를 연계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하며, 자살관련 감시체계와 모니터링 체계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조맹제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자살은 사회문제이자 의료문제로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라며 “의학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자를 조기에 파악하고 실질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우울증의 조기 발견, 지속적인 치료, 자살기도자 치료와 관리 등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