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건강관리 잘못하면 가을, 겨울철까지 고생해
[쿠키 건강]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이번 주에는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돌면서 서울·경기 지역에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졌다. 더위에 맞서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뜨거운 햇볕과 무더위에 애꿎은 에어컨만 마구 틀어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차가운 음식만 찾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덥다고 해서 시원한 곳만 찾거나 차가운 음식만 먹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특히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여름철 건강관리,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철 석달은 밤에는 늦게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하루종일 부지런히 활동하고, 만사에 신경질 내지 말고, 좋은 성과를 올리게 하며, 순리대로 기운을 펴는 것이 여름에 순응해 양생하는 길이다. 이와 반대로 하면 속이 곯아 학질에 걸려 겨울에 중병이 든다’고 했다. 건강관리는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중요하겠지만 여름철 건강관리는 특히 중요하다. 여름철에 건강관리를 잘못하면 가을, 겨울철 건강까지 나빠진다. 그만큼 여름철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여름철 건강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뱃속의 기운은 차가워져 소화기 계통도 약해지기 쉽다. ‘밥이 보약이다’고는 하지만 밥맛은 없고 차가운 몸에 차가운 음식만 찾게 되니 여름철이면 유독 위장장애나 설사가 많이 생기게 된다. ‘냉방병’ 역시 차가워진 몸에 인공적인 냉기를 쐬다 보니 생기는 병이다. 냉방병에 걸리면 가뜩이나 저항력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잘 떨어지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름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이상신호는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하는 증상이다. 한방에서는 ‘기허증’이라고 하는데, 식욕이 떨어지고 온몸이 나른해 꼼짝하기 싫을 뿐 아니라 매사에 의욕이 없고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입맛은 떨어지고 연이어 기력까지 허해지게 된다. 이 때 보약을 먹으면 여름을 잘 날 수 있다. 기운을 나게 하는 약으로는 인삼이 주효하다. 보중익기탕, 익기보혈탕 등을 먹으면 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맞춤 보약’으로 몸도 보하고 건강도 확인하고
흔히 보약하면 십전대보탕이나 녹용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보약이라고 다 몸에 좋다는 맹신은 금물. 체질과 증상을 무시한 채 몸에 좋다는 약을 무조건 복용하다가는 ‘보약’이 ‘사약’이 될 수도 있다. 자생한방병원 웰빙센터 이효은 원장은 “보약도 먹는 사람에 따라 ‘맞춤 보약’을 처방해야 한다”며 “우선 정확한 몸 상태를 파악해 건강상의 문제는 개선하고 몸도 보해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 보약은 땀으로 배출돼 돈 낭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기를 보해주거나 조혈(피를 만드는)능력을 키워주는 약을 먹는 것은 여름을 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을 타는 사람에게 잘 쓰는 보약으로는 ‘육공단’이나 ‘청서익기탕’인데, 더위를 쫓으면서 떨어진 기를 끌어올려주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육공단은 원기 부족으로 체질이 허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개선시켜줌으로써 뇌에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해준다. 또한 뇌세포를 재생시키는 효능의 단백질인 Egr1을 생성해 뇌기능을 활성화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며 만성피로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의과대학연구소 신경학 박사인 셔먼 교수의 실험연구를 통해 입증됐으며, 이 연구논문이 국제 신경과학회지 ‘뉴로 사이언스(International 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 게재돼 그 효과를 입증했다.
◇더위에 약한 노년층 맞춤보약 처방으로 더위 이겨내야
노인은 신체가 노쇠해 모든 기능이 저하돼 있고, 질병이 있다면 이미 만성화된 것이기 때문에 약을 쓸 때는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더욱 그러하다. 청, 장년층에게 하는 처방처럼 공격적인 처방을 노인에게 하게 되면 몸이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일단 병이 들면 물리치기 어렵고 진전이 더디기 때문에 질병이 닥치기 전에 보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아무 병이 없음에도 보약을 권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름철 보약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질병을 예방해 여름을 잘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원장은 “특히 노인은 진액(津液)이 고갈돼 머리카락, 피부 등이 노화되고 원기가 떨어지기 쉽기 때문에 진액을 보충할 수 있는 보약을 먹어야 한다. 몸이 허약한 노인들에게는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 피가 부족하고 원기가 부실한 노인들에게는 가미십전대보탕(加味十全大補湯)이 좋고, 사물탕(四物湯)은 피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보충해주는데 좋은 보약이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마음에 건강한 몸이 깃든다고 했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을 편안히 가지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비결이다. 가정에서는 한방차를 만들어 수시로 마시면 좋다. 인삼, 맥문동, 오미자를 함께 달인 생맥산은 맥을 살린다고 해서 시원하게 보관해 하루 1~2회씩 마시면 기운을 차리는데 도움이 된다. 덥다고 에어컨만 세게 틀어놓고 실내에만 갇혀 있거나, 높아진 불쾌지수로 화를 낸다면 건강하던 몸도 병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지혜롭게 더위를 이겨내 건강한 여름을 보내도록 하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 자생한방병원 웰빙센터 이효은 원장
“폭염 속 건강관리? 맞춤보약으로 해결”
입력 2011-06-21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