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종훈 목동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나의 아들, 딸인 예준이와 예은이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다. 쌍둥이라서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는 육아에 드는 힘이 다른 아이들의 2~3배쯤 들었다. 하지만 키우면 키울수록 기쁨도 2배, 3배가 되는 것 같다. 쌍둥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지난날을 회상해보면 두 돌까지는 정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힘들었는데, 세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조금씩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유치원 보내기부터 환경이 바뀔 때마다 순간순간 쉽게 넘어간 적이 없을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또래 친구들보다 늦는 12월생 아이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처럼 더욱 좌절감이 큰 순간들이 있었다. 12월생으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학습 능력이나 사회성, 체력 등 여러 분야에서 또래 아이들보다 뒤떨어진 것이다.
아들 예준이는 평균 키보다 꽤 큰 편인데도 12월생이다 보니 반 아이들 중에서는 중간 혹은 약간 작은 정도다. 딸 예은이는 작은 편이라 늘 1, 2번을 한다. 친구들과 놀 때도 늘 몸으로 밀리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또래보다 짧아 1학년 때는 수업시간에 지적도 많이 받았다.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는 일도 버거워했으니 아이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릴 때는 몇 개월 차이도 큰 영향 받아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보면 캐나다 하키 선수들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온다. 캐나다 하키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생일을 4분기로 나눠 분석해보면 1~3월생이 전체의 40%, 4~6월생은 30%, 7~9월생은 20%로 갈수록 줄어들다가 마지막 10~12월생은 단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경쟁한다고 가정할 때 10~12월생은 밀릴 가능성이 크다.
10~12월생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던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통감할 것이다. 물론 어릴 때 잠깐 뒤떨어지다가 결국은 따라잡아서 나이가 들수록 비슷해진다면야 몇 년 정도의 불이익은 감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성장기에 자기보다 발달 단계가 빠른 아이들과 경쟁하면서 실패를 거듭하다보면 “나는 안돼”라는 패배의식이 자리 잡기 쉽다는 점이다.
◇맞춤 관리로 아이 성장에 날개 달아주기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앞서 말한 아웃라이어의 저자는 이런 격차에 대한 해결책으로 초, 중학교에서는 1~4월생, 5~8월생, 9~12월생으로 학급을 나눠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같은 발육단계에 놓인 학생들끼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 복잡한 방법이긴 하지만 좋은 대안책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조금 늦게 태어난 아이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를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집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면역력과 체력을 키워주는 한약을 쭉 먹여왔다. 예준이는 아빠를 닮아 알레르기 비염이 있고, 예은이는 성장이 늦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한약도 수시로 먹이고 있다. 부족한 점은 채우고 좋은 점은 더욱 북돋아주는 것이 아이들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마태복음 25장 29절에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말씀이 나온다.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았던 탓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늦게 태어나서 세상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건 좀 억울하지 않은가? 또래 친구들 간의 경쟁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아이들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아이의 심신의 발달을 도와 친구들과의 출발선을 맞춰주는 것도 부모로서의 큰 역할일 것이다.
<예준이와 예은이, 쌍둥이 아빠인 이종훈 원장은 진료를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서 봄 같은 파릇파릇한 기운을 얻어 늘 감사하다고 말한다. 봉사활동을 나가면 베푸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이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육아일기] 12월생 쌍둥이의 설움
입력 2011-06-20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