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독자들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우수한 국내 의료진의 진료성과를 알리기 위해 ‘우리병원 특성화센터’ 현장 탐방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우리병원 특성화센터’ 기획은 환자를 위해 24시간, 48시간 이상의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국내 의료진을 응원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치료 성과를 보유한 다양한 특성화센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 이명덕 교수(소아외과)
[쿠키 건강] 복벽균열과 위, 대장, 소장 등의 기관이 배밖으로 나온 신생아가 있다. 이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산모의 출산이 임박할 때 이를 추적해 양수가 터지는 시기에 의료진이 분만실 옆 수술실에 기다린다. 창자가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왕절개하고 출산 직후 태아의 기관들을 배 안으로 넣어주면 태아는 살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 이명덕 교수 교수팀은 2주전 이같은 방법으로 38주 만에 몸무게 2.4kg으로 태어난 신생아(여)를 수술했고 이 아이는 건강한 모습으로 일주일 후 퇴원했다.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세잎 클로버보다 희귀한 네잎 클로버에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를 붙여 발견하면 즐거워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네잎 클로버는 10만분의 1 꼴로 발생하는 클로버 중에 기형이다. 유전의 법칙에 이와 비슷한 비율로 태아에서 선천성 질환이 발생한다.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는 네잎 클로버를 찾듯 선천성 질환을 앓는 태아를 발견해 행복을 상징하는 세잎 클로버로 바꿔주는 일을 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수태된 순간부터 생명을 존중하는 이념을 바탕으로 심장기형, 중추신경계 기형 등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는 태아, 신생아 및 소아 치료하고자 지난해 3월 서울성모병원의 개원과 함께 선천성 질환센터를 설립했다. 같은 해 6월 정식 개소해 문을 연지 1년이 막 지났다. 센터는 지난해에만 낙태를 출산으로 설득한 사례가 60여 건을 넘는 성과를 이뤘다.
우리 몸의 뇌척수액은 제 4뇌실에서 생성돼 흘러나와서 경막하강이나 척수강으로 흐르며 순환한다. 이때 뇌실로부터 흘러나오는 구멍이 막히는 병인 ‘수두증’이 걸리면 물이 뇌실에 차고 뇌가 얇아진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태아에 관을 삽입해 뇌척수액이 뇌실 속에 차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해주면 뇌가 얇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약 태아 상태에서 이를 치료하지 못하면 태아는 뇌가 심하게 얇아진 상태로 출산되고 심각한 장애를 동반한 채로 살아가거나 사망한다.
이처럼 태아 상태에서 치료하면 비가역적 기능손상을 막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형’을 예방하고 심각한 장애나 사망으로부터 태아를 지킬 수 있다. 이명덕 교수는 “가장 좋은 인큐베이터는 산모의 자궁”이라며 “태아상태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도 태어나고 나서 치료하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선천성 질환 치료는 기관이 자라기 전인 25~30주 이전에 시작한다.
센터는 이명덕 센터장 비롯해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 소아심장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정형외과, 소아비뇨기과, 소아성형외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치과, 소아안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정신과, 모체태아의학, 진단검사의학, 소아영상의학과, 소아마취과, 분자유전학연구소와 가톨릭 인간유전체 다형성 연구소 등 관련 과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산부인과에서 태아 문제를 발견하면 해당되는 과의 의료진에 의견을 묻는다. 이를 통해 진료에 누가 관여할 것인지 결정한다. 질환별로 태아를 조기출산할 것인지, 태아 상태로 치료할 것인지, 최악의 경우 낙태를 고려해야 하는지 여부도 결정된다. 문제가 구체화 돼서 치료계획 세울 때가 되면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산모와 가족이 참여한 상태에서 토론을 한다. 이명덕 센터장은 “이러한 ‘원스톱 진료’를 통해 몸이 무거운 산모가 각 진료과를 찾아다니며 의견을 묻지 않아도 되고 치료계획에 대한 확신이 있으므로 안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센터를 구성하고 있는 의료진은 2004년 센터 설립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수익성 문제로 이는 무산됐다. 이제는 센터가 설립돼 진료를 하고 있지만 질환의 특성상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의료진이 절반 이상이 월급의 일정부분은 센터 기금에 보태 가며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태아수술의 행보를 걷고 있는 것과 달리 센터에서는 출산 후 수술이 주를 이룬다. 출산 전 태아 상태에서의 수술에 필요한 장비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태아수술을 위해서는 태아 가슴에 소형 전극을 꼽고 밖에서 심전도를 읽는 ‘태아모니터링 장비’가 갖춰져야 하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요원하다. 이명덕 센터장은 “앞으로 태아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선진국 못지 않는 실력있는 센터가 되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자본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특성화센터] 선천성질환 치료로 태아에 새생명 선사
입력 2011-06-20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