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결혼 3개월차 직장인 박씨(33·남)는 결혼 준비를 할 때 우연히 들여다 본 발가락 모양이 조금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정신없던 와중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최근 발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 싶어 족욕도 하고 마사지도 해봤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은 박씨의 병명은 ‘무지외반증’. 콤플렉스인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10년간 사용했던 키높이 깔창이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3cm 정도의 깔창을 가끔 한번씩 사용하다, 5년전 아내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거의 매일, 점점 높은 것을 사용한 것이 병을 부른 것이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과 남자의 자존심을 지켜준다는 키높이 깔창이 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하이힐을 주로 신는 여성들에게 잘 나타나던 무지외반증을 비롯 족저근막염 등의 발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다. 특히, 무지외반증은 여자에게 잘 생기는 질환이라 생각해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우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무지외반증, 높은 굽이 발가락 부담 가중시켜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는 변형이 나타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면서 동시에 엄지발가락의 안쪽도 튀어나온다. 튀어나온 뼈 때문에 통증이 심해지고 발 볼을 넓게 만들어 구두가 조금만 조여도 금방 통증이 생긴다. 또한 엄지발가락 뿐 아니라 다른 발가락의 변형과 통증을 초래할 뿐 아니라 어깨통증, 요통, 혈압의 변화, 스트레스, 불면증, 귀울림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평발이나 선천적으로 관절이 유연한 사람, 부모의 영향 등 유전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주로 40~50대에서 많이 발병했다. 하지만, 굽이 높고 폭이 좁은 하이힐이 유행하면서 젊은 여성 환자가 늘고 있다. 굽이 높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려 몸무게가 엄지발가락에 집중되고, 폭이 좁은 구두는 발가락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신발과의 마찰 횟수가 많아져 상처를 나게 하고 엄지발가락을 새끼발가락으로 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젊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 환자도 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남자의 자존심’을 높여준다는 키높이 깔창을 사용하는 남성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본 3cm이던 깔창의 높이가 이제는 무려 7~10cm까지 되면서 하이힐과 같은 원리로 무지외반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 발가락쪽으로 휘어지는 각도가 15-20도 이상인 경우 진단되며, 발 여기저기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이 나타난다. 휘어지는 각도가 커지면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에 겹쳐지기 시작하는데, 이때에는 엄지발가락 관절의 탈구 또는 새끼발가락 관절이 돌출되는 소건막류가 진행될 수도 있다. 무지외반증은 발가락이 휘어 미용상 좋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조금만 걷게 되어도 발이 피로해지고 허리와 무릎에도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비스병원 관절전문센터 박승규 진료원장은 “하이힐과 키높이 깔창을 즐겨 신는 젊은층. 특히 깔창 사용 여부를 숨기고 싶어하는 남성들에서 발가락 변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방치할 경우 발가락 관절 변형 뿐 아니라 발목과 무릎, 고관절의 변형과 통증까지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5cm이하의 굽이 있는 신발을 신도록 한다. 아찔한 굽의 하이힐과 키높이 깔창을 포기할 수 없다면 낮은 굽의 신발도 번갈아 신어 엄지발가락으로 가는 부담을 가능한 최소화 시켜주도록 한다. 또한 틈틈이 발가락 운동을 통해 다섯 발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고 마사지로 뭉쳐있는 근육과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초기에는 이처럼 생활 속 예방법과 특수 신발, 보조기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엄지발가락이 튀어나온 부위가 심하게 아프고 신발을 신기조차 불편하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돌출된 부위 뼈를 절제하고 내외 측으로 치우친 뼈를 잘라서 휘어진 각을 교정하며 짧아진 근육과 연부조직을 늘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무지외반증 수술은 환자 개개인마다 증상과 뼈가 휜 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검사하고 수술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도록 한다.
◇발바닥 충격 흡수 못하는 신발, 족저근막염 원인으로 작용
아침에 일어나 첫 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 바닥 부위가 심하게 아프고, 20~30분정도 앉았다 일어날 때 갑자기 통증이 있고 저린 증상이 있을 경우에 족저근막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족저근막염은 서 있거나 걷거나 뛰어갈 때 발 모양을 유지하고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족저근막에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아침 첫발을 내딛을 때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잠 잘 때 수축해 있던 근막이 아침 첫발을 디딜 때 갑자기 팽창하기 때문이다. 발가락을 위로 젖혔을 때 발바닥에 통증이 나타나며, 장시간 걷거나 서 있을 때 발 뒤꿈치 앞부분이나 안쪽부위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발바닥 쿠션이 좋지 않고 굽은 높고 볼이 좁은 구두를 자주 신으면 족저근막에 자극을 주어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중년 여성은 폐경 등의 영향으로 발바닥의 지방이 줄면서 충격흡수를 하지 못해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은 발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많이 하거나 몸에 비해 과체중인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키높이 깔창이 인기를 얻으면서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도 증상을 호소하는 남성 환자가 늘고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장시간 서있는 자세를 피하고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발의 굽은 3~5cm정도로 쿠션감이 좋은 신발을 신고, 높은 굽을 신을 때는 뒤꿈치 패드를 이용해 족저근막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도록 한다.
고무밴드나 벽을 이용해 발바닥 근육강화운동 및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도 발바닥 근력을 강화시켜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밖에 통증이 심할 경우 얼음찜질 또는 족욕과 같은 물리치료를 병행해 피로에 지친 발에 증상 완화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통증이 지속될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키높이 깔창’ 사수? 남자의 발이 위험하다
입력 2011-06-17 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