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센터] “접합 손가락 100% 기능회복을 목표로”

입력 2011-06-13 18:05

[편집자주]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독자들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우수한 국내 의료진의 진료성과를 알리기 위해 ‘우리병원 특성화센터’ 현장 탐방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우리병원 특성화센터’ 기획은 환자를 위해 24시간, 48시간 이상의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국내 의료진을 응원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치료 성과를 보유한 다양한 특성화센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수부외과센터 김우경 교수 (고대구로병원장)

[쿠키 건강] 지난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 발전은 전 국민의 노력의 결과다. 어떤 이는 건설 현장에서 어떤 이는 공장에서 땀을 흘리고 경제발전에 노력을 보탰다.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공로자들이 많다.

고대구로병원 수부외과센터 의료진도 대한민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숨은 공로자 역할을 해왔다. 이 센터는 산업화 과정에서 ‘안전’과 ‘산업재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전,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사고를 겪는 수많은 산업현장 노동자들의 손가락을 붙이며 그들의 삶을 돕고 지켰던 또 다른 공로자들이다.

그 중 재건성형분야 전문의로 손꼽히는 사람이 현재 고대구로병원장을 맡고 있는 성형외과 김우경 교수다. 보다 예뻐지고 잘생겨지려는 목적의 미용성형과 달리 재건성형은 질병, 외상, 선천적 기형으로 인한 신체 결손과 기능 저하를 복원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사고로 인해 떨어져 나간 손가락, 발가락, 코, 귀, 두피, 손발목, 사지를 이어 붙이는 수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당시 하루에도 서너차례씩 손가락 수술을 해야만 했다는 김우경 교수는 “손가락 절단 환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 자체가 산업화 과정 속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였지만, 수술을 해야 할 환자가 많았다는 것은 외과 의사로서는 행운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센터의 의료진은 국내외 의학계에서도 보기 드문 놀라운 수술결과를 얻었다. 세계 최초로 열 손가락 절단 환자를 수술하는데 성공하면서 의학 교과서의 손가락 수술원칙을 바꿔 놓았다. 1987년 인쇄소에서 일하다 절단기에 열 손가락이 절단돼 찾아온 환자의 손가락을 모두 접합시켜 놓았던 게 바로 고대구로병원 수부외과 의료진이다. 현미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두 팀이 왼손, 오른손을 나눠 맡아 32시간 동안의 수술 끝에 환자의 열 손가락을 모두 살려냈다.

두 사람은 32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경쟁하듯 손가락의 혈관과 신경을 이어갔고, 결국 그 환자는 열 손가락을 되찾아 악수도 하고 젓가락질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됐다. 절단된 조직을 8~12시간 내에 붙이지 못하면 괴사를 일으켜 수술이 실패한다는 게 정설이었던 시절이었기에 그 결과는 기적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환자를 포함해 열손가락 절단환자 3건, 아홉 손가락 절단환자 7건 등 총 10건의 수술을 실시하는 성과를 냈다. 김 교수는 아홉 개에서 열 개의 손가락이 잘려나간 경우의 수술이 세계적으로 드문 상황에서 이룬 성과였다며, 당시 이러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을 때 모두들 놀랐다고 말했다.

◇어려움속에서도 환자 생각하면서 다양한 수술시도

사람의 손가락은 끝으로 갈수록 혈관이 가늘어진다. 외부직경이 0.5mm 이하여서 수술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술을 한다고 해도 성공률이 높지 않다. 때문에 의학교과서에는 ‘끝마디는 수술하지 말라’고 돼 있다.

하지만 수부센터는 끝마디 사고 환자를 수백건 이상 수술한 것은 물론 수술 성공률 또한 약 83%에 달한다. 이는 상황과 실력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 절단 후 8~12 시간이 지나면 어렵다던 손가락 재접합 수술을 54시간 경과 후에도 성공시키며, 해당 수술 성과를 담은 SCI급 논문을 수차례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수부수술은 의사가 얼마나 잘 치료했는지에 따라 훗날 환자가 얼마만큼 손가락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지가 달라집니다. 100%는 아니지만 99%까지 손가락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최선이고 목표지만 잘못된 수술로 경직이 와서 멀쩡한 손가락 까지 못 쓰게 될 위험성까지 안고 있는 게 수부접합 수술입니다.”

김우경 교수는 이처럼 한 환자를 수술하는데 24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고, 사고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부외과는 의료계의 ‘3D’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운 수부접합수술 외에도 수부외과센터는 선천성 손가락 기형 환자나 수술로 치료될 수 있는 손목질환자 치료도 담당한다. 특히 최근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이 증상은 심하나 간단한 수술만으로 치료될 수 있는 손목질환이 늘면서 수부센터의 역할도 늘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바닥 쪽의 한 가운데를 지나며 엄지와 둘째, 셋째, 넷째 손가락의 감각을 지배하는 정중신경이 횡대에 눌려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에 대해 센터측은 대다수 환자들은 손목터널증후군 상태를 잘 모르고 잘못된 치료법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들이 센터를 찾아 증상이 개선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대구로병원 수부외과센터는 2000명이 넘는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를 치료하는 성과를 냈다.

수부외과센터에서 손가락 접합술에 이용되는 미세수술법은 최근 얼굴과 발, 팔, 다리 등 다른 부위를 다쳤을 때에도 사용되고 있다. 피부조직이나 장기 등을 이식할 때 혈관이나 신경까지 연결해 이식부위를 재건하는 ‘유리피판술’은 얼굴이나 신체 중요 부위의 사고나 암 수술 등으로 심한 조직 결손이 생겼을 때 좋은 재건 방법이 된다.

김우경 교수는 “실제 눈으로 수술하는 것보다 현미경을 통해 상처부위를 수십 배까지 당겨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세수술을 할 경우 한 차원 다른 수술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미세한 차이가 결정적인 수술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운동선수를 비롯해 일반인도 원상회복이 가능해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미세수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센터는 앞으로 손가락 접합 수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수술 노하우를 활용해 적용 분야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김 교수는 “모든 센터 의료진이 긴박과 응급의 연속인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하루하루의 계획은 많아도 긴 계획을 세워보지는 못한 것 같다”며 “고대구로병원 수부외과센터의 지난 30년 동안 쌓아온 실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넓혀나가는 것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