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욱씬욱씬, 비가 오려나” 관절염환자 여름나기

입력 2011-06-10 08:14
[쿠키 건강] “아이고, 다리가 쑤시는 것이 비가 오려나 보다. 빨래 걷어라”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곧잘 하시던 말이다. “에이, 다리가 쑤신데 비가 왜 와요?” 라며 흘려듣고 뒤를 돌아서면, 열에 아홉 번은 정말로 비가 내리는 신기한 일이 발생한다.

통증으로 날씨를 맞추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절염의 특징 때문. 이러한 이유로 관절염 환자들은 여름이 반갑지 않다. 특히, 장마철이 다가오면 겁부터 먹기 마련이다.

유비스병원 관절전문센터 박승규 진료원장은 “우리나라 여름은 고온다습한 만큼, 기후와 습도에 예민한 관절에 염증이 증가되고 부종이 악화되기 쉽다. 때문에 생활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 관절 통증을 현명하게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름철 관절염 환자의 건강관리를 당부했다. 예년에 비해 더 덥고 비도 많이 온다는 올 여름. 박승규 진료원장과 함께 관절통과 헤어지고 당당하게 여름을 즐기는 건강 노하우를 알아보자.

◇에어컨 찬 바람 피하고, 습도는 낮춰라

비 오는 날 관절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기압차 때문이다.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로 기압이 낮아지면서 관절 내 압력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이로 인해 관절 내 활액막(관절의 뼈끝을 싸서 연결하는 막)에 분포된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심화되는 것이다.

또한 비가 내리는 날에는 햇빛이 없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생체 리듬에 관여해 우울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기분이 쳐지다 보니 몸이 더 아픈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여름, 특히 장마철 관절통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를 잘 다스려야 한다. 장마철에는 높은 습도로 더 덥게 느껴져 과도하게 냉방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에어컨과 선풍기의 찬 바람은 관절염 환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찬바람에 의해 체온이 낮아지면 몸 속에서는 변화가 일어난다. 에어컨의 찬바람이 겨울의 추위와 마찬가지로 무릎 안쪽의 압력을 높여 염증, 부종을 심해지게 된다.

특히 관절 주위 근육이 긴장하게 돼 관절이 뻣뻣해진다. 뼈와 뼈 사이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이 굳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또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이 굳어져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근육과 인대를 더욱 딱딱하게 만들어 관절염을 악화시킨다. 겨울철 관절염이 심해지는 이유이다. 에어컨과 선풍기의 찬 바람은 직접 쐬지 않도록 주의하고, 실내온도는 섭씨 26도로 유지해 외부와의 온도 차이는 5도가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좋다.

또한 실내 습도는 50% 이내로 낮춰준다. 이를 위해 여름철 외출 시 잠깐씩 난방을 하거나, 습기를 조절해주는 벤자민, 고무나무 등의 화분을 키우는 게 좋다. 또한 주변에 숯을 배치하는 것도 습기 조절에 효과적이다. 관절통이 심하다면 아무리 더워도 하루 한 번 정도는 40~42도 온도의 물에서 10~15분간 온욕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온돌, 찜질방, 온천 등을 찾아 몸을 푸는 것도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에 통증 부위를 담그고 있거나 온찜질을 해주면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출 후 또는 일을 한 뒤 무릎에 열이 있거나 부기가 있을 때에는 냉찜질을 해야 한다. 부기가 없는데도 냉찜질을 하면 관절이 굳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차가운 곳에 노출될 때 근육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운동을 쉬지 마라

가장 좋은 관절염 예방법은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뼈와 연골조직이 건강해지고, 관절 주위 근육이 강화돼 관절이 굳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력이 약해져 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다. 관절의 사용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변 근육도 약해지고, 약해진 근육은 관절을 지지하는 힘이 떨어져 통증이 더욱 악화된다.

또 움직임이 적은 만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와 관절 유연성도 급격히 저하된다. 뻣뻣해진 관절은 조금 늘어난 운동량에도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특히 장마철에는 관절이 더 뻑뻑해지기 때문에 운동량이 부족하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장마철에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해 관절을 부드럽게 하고 근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활동이 어려운 장마철 가장 효과적인 운동 중 하나는 실내 스트레칭이다. 하루 약 20~30분 정도의 스트레칭을 통해 통증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칭은 심장에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곳이 좋다. 일반적인 스트레칭 순서는 손→가슴부위→등→목→요추부 근육→대퇴부 근육→비복근 근육→아킬레스 건→족관절 의 순서다.

특히 관절염 환자들은 통증을 많이 느끼는 발목과 무릎 부위 스트레칭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다리를 곧게 펴고 발목관절을 당겼다 펴는 동작과 한쪽 다리를 가슴 쪽으로 당기면서 약 20초 정도 정지했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동작이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 시 근력운동도 함께 해주도록 한다. 관절주위를 싸고 있는 근육을 강화해주면 근육의 단단한 힘으로 관절부위를 받쳐줘 통증을 예방·완화시킬 수 있다. 팔굽혀 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벽 밀기 등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대부분의 운동이 근력강화에 도움이 된다.

이외 수영이나 실내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도 좋다. 물속에서는 부력의 도움으로 관절염 환자들이 하기 힘든 점프 및 비틀기 동작 등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물속을 걷거나,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단 접영이나 평영처럼 움직임이 큰 영법은 피하는 게 좋다. 자전거는 안장이 체중을 지탱해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자전거를 타면 심폐기능도 향상돼 심장병이나 심장 발작 위험률도 낮춰준다.

관절염 환자의 운동은 개인의 질병 정도와 운동능력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 후에 결정하도록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