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현경철 제주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 우리 집 세 남매는 각기 다르다. 먼저 초등학교 5학년 딸 지희, 지희는 항상 밝게 웃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다. 주변 사람의 기분을 잘 살피고 맞춰주는 배려심도 남다르다. 둘째 지민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진지한 모범생 타입의 아이다. 무언가 관심 있는 일이 생기면 하루 종일 한 가지에만 몰입하다가, 생각이 정리되면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펼쳐 보이곤 한다. 초등학교 2학년 지윤이는 얼굴에 개구쟁이라고 써 있을 정도로 해맑고 감정표현이 솔직하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시간만 나면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손재주 좋은 녀석이다.
◇나와 코드가 맞는 아이, 분명 있다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원장님의 아이들은 어떤가요?”라고 묻는다면 위와 같이 대답할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내원하는 엄마, 아빠에게 같은 질문을 자주하는 편이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 하는지를 보면 평소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나, 자녀와의 ‘궁합’이 어떠한지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아이의 성격이나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자세히 설명해주는 부모도 있고 “글쎄요…?”라면서 고개를 갸우뚱 말을 흐리는 부모도 있다. 누구를 닮았는지 잠도 안자고 예민한데다 산만하다면서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는 부모를 만날 때도 있다.
아이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부모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타고난 재주를 잘 발달시킬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의 협력자가 돼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나조차도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이론 같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가 여럿 있다 보니 어느 정도 나와 코드가 맞는 아이의 행동은 쉽게 이해가 가는 반면, 나와 다른 성향의 아이에게는 답답함을 느끼고 때론 짜증을 내는 상황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소양? 태음? 아이마다 성향 타고나
큰 딸과 막내 아들은 나와 성향이 비슷하다. 순간적인 판단력이 뛰어나고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며 즐기면서 해야 더 잘하는 소양기를 타고났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순발력, 재치, 적응력이 뛰어난 반면 끈기가 모자라 하는 일에 금세 질릴 때가 많다. 소양기의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게 하는 것이 보약이다. 또한 잠을 일찍 재우고 칭찬을 많이 해줘야 자신감이 더욱 살아난다.
반면 둘째 아들은 엄마와 성향이 비슷해서 골똘히 혼자 생각하고 몰입하는 소음기와 지속적으로 행하는 태음기를 타고 난 것 같다. 이런 아이는 좋아하는 것에 깊게, 꾸준히 관심을 갖는다. 밖에 나가 놀기보다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뒹구는 것을 좋아한다. 태음기 아이들에게 독촉은 금지다. 시간을 주고 여유롭게 기다리는 것이 아이를 살리는 일이다.
그렇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들과 매일 부딪히다 보니 때론 나도 짜증이 나고 일관성 없게 행동할 때가 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자녀와 나의 ‘코드’의 문제가 다는 아니다. 활달하고 천진난만한 부분이 좋았던 아이가, 어느 때는 진중함이 없어 보여 아쉬울 때가 있다. 혹은 집중을 잘하고 끈기 있는 모습이 좋았던 아이가 어느 순간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만 집착하는 것처럼 보여 답답할 때도 많다.
그럴 때는 부모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칭찬하고 싶은 일은 바로 칭찬해주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 야단을 치고 싶은 상황이 생기면 일단 부부끼리 이야기를 하며 화를 한 번 가라앉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는 내 마음과 몸 상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상황이 편할 때는 나와 다른 것에서는 매력과 호감을 느끼고, 나와 비슷한 것에서는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내 마음과 몸 상태가 불편할 때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이질감이 생기고 나와 비슷한 것에 대해서는 따분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상대방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쓰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진료실을 찾은 아이들이 다 내 아이 같다는 현경철 원장, 항상 아이의 입장에서 대변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단다. 신경정신과 한의학 박사로 부모와 아이의 관계, 형제끼리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육아일기] 부모, 자식 간에도 궁합이 있다?
입력 2011-06-08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