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1명꼴 둘째 불임, 증가 추세”

입력 2011-06-07 16:51
고령임신으로 난소기능, 정자운동성 저하 원인

[쿠키 건강] #첫째 아이를 별 문제없이 출산한 천모(36)씨는 요즘 둘째를 갖고 싶지만 1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 초산부터 워낙 쉽게 임신에 성공했고 출산 역시 별다른 진통도 없었기 때문에 둘째도 쉽게 생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벌써 1년이 넘도록 아기 소식은 감감무소식. 답답한 마음에 여성전용카페에 사연을 올린 천씨는 자신과 비슷한 상활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씨처럼 둘째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태를 전문가들은 ‘속발성 불임(2차성 불임이라고도 부르며 임신했던 여성이 다시 임신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함)’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현상은 임상현장에서도 빈번히 목격된다.

유광사여성병원 난임의학연구소 유상욱 소장은 “언제부턴가 첫 아이는 별 무리 없이 임신했지만 두 번째 아이부터 임신이 어려워지는 속발성불임 환자가 몇 년 사이 자주 목격된다”며 “현재 치료 중인 불임부부 중에도 속발성 환자가 10명 중 1명꼴로 꾸준히 존재한다. 최근 부부의 출산연령을 고려할 때 둘째 아이를 갖으려는 부부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을 넘은 경우가 많아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전문가들이 속발성불임의 주된 원인을 남녀의 노산에서 찾는 이유는 나이와 임신능력의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35세 이후부터 난소 및 난자의 나이, 자궁착상능력, 배란능력 등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는데, 20대 여성의 임신율이 80% 정도라면 30대에는 50%, 40대 이후는 거의 20~30%로까지 격감한다.

남성 역시 나이가 들수록 정자량, 정자운동성, 정자의 품질 등이 저하되는데 실제로 20대 남성의 경우 한 번 사정할 때 정자의 수가 1억~1억5000만 마리에 달하다 나이가 들면 절반 가까이 수가 감소한다. 또 정자의 활동성도 약해짐으로써 전체적으로 수정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배경은 우선 전반적인 사회 환경에서부터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초혼의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면서 여성의 임신연령 역시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초산 이후 육아에 대한 부담감과 경제적 문제로 인해 터울이 길어지면서 둘째 아이에 대한 임신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주말부부와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예전에 비해 부부관계의 횟수가 줄고 생활에 쫒기다 보니 이에 따라 배란일에 맞춘 임신시도가 적어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의학적 원인으로는 여성의 신체노화로 인해 배란일이 불규칙해지거나 초산 이후 산후조리 잘못이나 자궁건강의 이상으로 인해 나팔관 폐쇄, 자궁내막증 등이 발병하는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출산 후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비만으로 인해 지방이 성호르몬의 균형을 깨트려 월경불순과 배란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초산부터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한 번도 임신이 되지 않는 원발성불임에 비해 속발성불임은 간단한 검사와 치료만으로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유상욱 소장은 “보통 불임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원인미상인 경우가 많지만 속발성불임은 초산 이후 부부관계 횟수 및 일부 임신기능의 저하로 인해 일시적으로 임신이 안되지만, 치료와 관리를 통해 임신이 가능한 난임(難妊) 상태에 가깝다. 이 때문에 원발성불임에 비해 원인을 찾기가 비교적 쉽고 이에 맞는 간단한 치료와 지도로도 임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속발성불임 환자의 경우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배란일이 왕성한 날을 확인해 당일 부부관계만을 가져도 임신성공률이 크게 증가하며 나팔관이 폐색된 경우에는 개통수술만 해줘도 착상이 원활해져 임신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속발성불임을 극복하기 위해 의료전문가들은 몇 가지 원칙을 당부한다. 우선 산모의 나이가 35세 전후라면 첫째 아이와의 터울은 되도록 1년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체중관리도 필요하다. 개인의 체격조건에 따라 기준은 다르지만 과도한 체중증가는 무월경, 자궁출혈을 유발할 수 있고 반대로 급격한 체중저하는 ‘무배란 무월경’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밖에 임신 전 여성은 배란, 나팔관, 호르몬 검사를, 남성은 정액 검사를 통해 임신가능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