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컬럼] 국내 의료비 싸다지만 노인들은 괴로워

입력 2011-06-07 10:30

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얼마 전 결혼식에 갔다가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결혼식 때문에 온 것은 아닌 것 같아 웬일이냐고 했더니 대답이 의외였다. 치과치료 때문에 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온 김에 내시경도 하고 CT도 찍을 예정이란다. 전 세계가 다 부러워하는 미국의료를 놔두고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의료비 때문이었다. 미국 의료보험료는 지금도 비싸다는 우리나라 의료보험료의 10배 정도란다.

우리나라에서는 CT나 MRI 촬영비용이 지금도 비싸다고 해서 얼마 전 정부가 15% 이상 강제로 가격을 내렸는데 미국은 그 10배 정도의 가격을 받는다. 미국의 소득 수준을 생각해도 10배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종합병원에 가는 환자들의 의료비를 올리겠다는 뉴스를 듣고 걱정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 정부는 지금보다 10%정도 올리는 것이니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환자들이 느끼는 것은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어느 나라보다 빨리 진행되는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병원에 오는 환자분들 중에는 노인들이 많다. 노인들은 한 가지 병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이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곳이 여기저기 아프게 마련이다. 이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병들 중에는 정부에서 말하는 경증질환도 있고 중증질환도 있다.

수입은 없고 병원비는 자꾸 비싸지는데 우리나라 의료비가 미국의 1/10밖에 안 된다는 것은 그 분들에게는 별 위안이 되지 않는다. 만일 고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의료비 10% 인상은 그리 큰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의료비 10% 인상보다는 현실적인 수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뜻이다. 그 분들의 수입은 10% 증가시키고 의료비는 10% 내리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