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고엽제·방사능 위기, 혈액암 일종 ‘다발성골수종’↑

입력 2011-06-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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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발성골수종’으로 사망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은 비정상적인 형질세포인 골수종세포(myeloma cell)이 종양을 만들고 뼈를 녹여 통증을 유발하고 잘 부러지게 하며, 골수를 침범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를 감소시키는 무서운 혈액암이다.

한국 다발성골수종 연구회는 1990년 이후 다발성골수종 환자가 급격히 증가, 지난 20년간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혈액암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 속도로, 백혈병의 1.5배, 림프종의 5배에 비해 높은 증가율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급격하게 늘고 있는 노인인구를 위협할 주요 질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즉 다발성골수종이 노인을 위협할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천의대길병원 이재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실제로 2000년대 들어 다발성골수종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 혈액암 중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다음으로 3번째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 추세” 라며 “최근에는 고엽제 등과 같은 환경오염과 방사능 등의 우려까지 겹치면서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재훈 교수는 “최근 논문에 따르면 올 한해 1138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773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수는 최소 5000여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진단법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질환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은 치료기간이 짧지만, 다발성골수종은 치료기간도 길고 난치병이기 때문에 초기 진단 및 치료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히 정형외과 등에서 진단이 잘 이뤄지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물리치료만 받다가 뼈나 신장이 손상된 뒤에야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정형외과의사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다발성골수종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접해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레블리미드와 같은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환자들의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약제들의 보험적용이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