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규봉] 학교급식 영양사의 눈물겨운 호소

입력 2011-06-02 08:52

[쿠키 건강] “학교명이라도 빼주시면 안 되나요? 기사 때문에 제가 사유서를 써야 하고, 잘못되면 학교도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서 그래요. 정말 죄송합니다.”

한 여성이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최근 보도된 ‘학교급식 위생불량’으로 적발된 C학교 영양사 A씨였다. 기사에 학교명이 거론되자 학교 측이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C학교는 유통기한 경과제품을 조리목적으로 약 50일 동안 보관했다가 과태료 3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A씨는 “하루 종일 망설이다 염치없지만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잘못했습니다. 선처해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같은 하소연은 학교급식 외에도 어린이집 급식이나 음식점, 제과점, 외식업소, 병원 등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행정처분이 언론보도까지 되면 해당 업소들은 “실수였다. 뭘 이런 것으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등 억울함과 정당성을 번갈아가며 얘기한다.

특히 음식점과 병원의 경우 ‘영업에 타격이 있으니 무조건 기사를 내려라’ ‘기사 내리지 않으면 소송 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해오기 일쑤다. 적발된 업소의 하소연은 늘 똑같다.

하지만 A씨는 달랐다. 어떤 협박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잘못했다. 법을 어긴 것도 맞다며 눈물지었다. 실수에 대한 반성을 넘어 주의할 것을 몇 번이고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그저 사소한 실수였다며 정당성을 뻔뻔하게 주장했던 다른 업소와는 전혀 다른 자기반성이다.

기사는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매번 위생불량으로 적발된 업소들이 운 나쁘게 걸렸다는 식으로 몰염치하게 대응하는 모습만 보다가 A씨의 자세에서 새삼 감동까지 느껴진 건 어쩔 수 없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