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칼럼] 어제(5월 31일)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금연의 날이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03년 담배소비량을 감소시키고 흡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만들고 이를 촉구하기 위해 금연의 날을 정한 것이다.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흡연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담배로 인해 대략 한 해에 500만 명이 암,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 등으로 사망한다. 흡연자의 50% 정도는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수명이 대약 13년 정도 짧아진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흡연으로 인해 초래되는 암은 폐암을 비롯해 식도암, 방광암, 구강암, 췌장암, 후두암 등 거의 모든 암이 해당되며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도 발생시킨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암이 폐암인데 폐암환자의 약 90%는 흡연이 그 원인이다. 하루에 담배를 1갑씩 40년간 피운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20배나 증가한다.
금연에 성공했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담배를 끊은 경우 1년 후부터 폐암 발생 위험성이 급격히 감소하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며 15년간 금연을 유지해야만 흡연자에 비해 위험도가 80~90% 감소한다고 한다. 결국 금연은 일찍 결심할수록 이롭고 금연 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정상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식도암은 어떨까. 술, 담배를 같이 하는 사람의 경우 식도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프랑스 국립암연구소에서 하루 10개비 이하의 흡연군과 하루 500cc 이하의 음주군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이들을 대상으로 흡연량만을 하루 한 갑 이상으로 늘린 경우 식도암에 걸릴 확률이 5배 높아졌고 음주량만을 하루 1000cc 이상으로 늘리자 확률은 18배 높아졌다. 게다가 하루 담배 한 갑 이상에 술 1000cc 이상을 혼합하면 확률은 무려 44배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담배에 함유된 4000여종의 화학물질이 인체 각 기관에 흡착될 뿐 아니라 알코올이 지방분해능력을 저하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지방간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방광암도 마찬가지다. 흡연량이 많은 방광암환자일수록 재발률이 높고 5년 내 사망확률도 비흡연 환자에 비해 3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발률 조사에서는 치료 후 담배를 피운 사람에서 41.7%,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에서 14.6%의 재발률이 나타났다.
흡연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구강암 역시 발병가능성이 매우 높다. 흡연은 입술, 혀, 볼의 내막, 구상, 편도선, 입천장, 인두의 암을 일으키게 한다. 구강암은 술을 많이 마시면서 담배를 피울 때 그 위험성이 크게 증대되며 입술의 암은 시가나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더 잘 걸린다. 초기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비로소 증상을 느끼게 되며 구토증이 심하다든가, 삼키는데 지장이 있다든가 하면 대개 암이 상당히 진행된 증거라고 한다.
이자라고도 불리는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인슐린과 같은 혈당조절호르몬을 만든다. 췌장암 역시 30%가 흡연에 의해 생기며 흡연량에 비례해 위험도도 증가한다. 하루 40개비를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위험도가 5배 증가한다. 췌장암의 발병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췌장이 혈액과 담즙에 포함된 담배연기의 발암물질이나 발암대사물질에 노출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여성의 흡연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여성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궁경부암과 흡연도 강한 인과관계가 있으며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자궁경부암 위험성이 4배까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흡연으로 인한 질환이 에이즈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담배에는 적어도 20여종의 A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고 이 발암물질들의 축적으로 인해 암 발생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흡연의 해악을 강조해도 흡연과 금연은 결국 사람마다 선택의 몫일 것이다. 담배를 피움으로써 해소되는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면 억지로 말릴 수는 없겠지만 이제 흡연자의 설 자리가 점차 없어지는 현실이다. 한 번쯤은 금연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길을 심각하게 고려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
[조창연의 건강세상 돋보기] 흡연과 암의 상관관계
입력 2011-06-01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