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병원, 고려인 소녀와 15년전 약속지켜 화제

입력 2011-06-01 12:11

[쿠키 건강] 국내 의료진이 고려인 소녀와의 15년전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원장 한기환)은 우즈케키스탄 출신인 고려인 3세 김이리나(여·27) 씨가 2차 얼굴기형 수술을 위해 지난달 30일 동산병원에 입원해 동산병원 성형외과 한기환 교수 집도로 1일 수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김이리나 씨는 태어나면서부터 양쪽 얼굴뼈 성장이 달라 ‘안와골이소증’이라는 선천성 얼굴기형을 갖고 살아왔다. 김 씨가 동산병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5년 전인 1995년의 일. 당시 우즈베키스탄의 대구남산교회 파송선교사가 12살이던 김이리나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한국에 초청해 동산병원 한기환 교수를 통해 무료 수술을 받았다.

당시 1차 수술은 머리뼈를 잘라 얼굴에 이식하는 큰 수술이었지만, 성장에 따른 기형이 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2차 수술이 필요했다. 한기환 교수는 김이리나 씨가 소녀에서 숙녀가 됐을 때 꼭 다시 수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올해 그 약속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2차 수술은 인공삽입물을 안와골 바닥에 삽입하는 수술과 함께 외안각성형술, 안검하수교정술, 익상편제거술 등이 시행되며, 성형외과와 안과 진료팀이 협진하는 대규모 수술이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15년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이리나 씨를 찾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면서 “1996년에 동산병원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의료봉사를 갔을 당시 안과 이세엽 교수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았던 김이리나 씨의 이모할머니를 알게 돼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김이리나 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의료진을 100%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며 “나를 잊지 않고 약속을 지켜주신 의료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동산병원장을 맡고 있음에도 직접 수술에 나서는 한기환 원장은 수술에 앞서 지난달 30일 김이리나 씨 모녀와 반가운 재회인사를 나눴다.

한편, 이번 초청 수술은 대구남산교회에서 체제비와 여비를 제공하고, 동산병원이 수술치료비 전액을 부담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