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연명치료보다 ‘통증조절’ 더 찬성한다

입력 2011-06-01 10:02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팀, 연구 결과 발표

[쿠키 건강] 암환자는 물론 암환자 가족과 암전문의, 일반인들 모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적극적인 암 환자 통증에 찬성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국립암센터(원장 이진수) 윤영호 박사팀 연구팀은 국립암센터를 포함한 17개 병원에서 암환자 1242명, 암환자 가족 1289명, 암전문의 303명, 일반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소극적 안락사, 적극적 안락사, 적극적인 통증 조절, 의사보조자살 등 5가지 사항(표 참조)에 대한 조사로 이뤄졌으며, 해당 연구 결과는 캐다나의사협회지(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5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 암환자의 89.9%, 암환자 가족의 87.1%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암전문의의 94.0%와 일반인 89.8%도 연명치료 중단에 찬성했다.

또한 소극적인 안락사에 해당되는 식물인간의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찬성비율은 암환자 76.0%, 암환자 가족 70.3%, 일반인 74.9%였으나, 암전문의들의 찬성 비율은 60.8%에 그쳤다.

적극적인 안락사와 의사보조자살에 대해서는 암환자의 경우 각각 55.3%, 51.7%가 찬성했고, 일반인들의 찬성비율도 50.4%, 49.2%로 절반 정도만 찬성했다. 반면 암환자 가족들의 찬성비율은 각각 38.4%, 35.6%였고, 암전문의들의 적극적인 안락사와 의사보조자살의 찬성비율은 각각 8.3%, 6.3%로 매우 낮았다.

특히 이번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계층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적극적인 통증조절에 대한 찬성 비율이 더 높았다. 반면 적극적인 안락사와 의사보조자살에 대해서는 고연령층, 남자, 무종교, 저학력 계층에서 더 높은 찬성 태도가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윤영호 박사는 “적극적인 안락사와 의사보조자살에 대해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는 60~90%가 지지하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약 50%에 불과하다”며 “삶의 마지막에 관한 의사결정에 대해 환자의 자율성과 개인주의가 강한 유럽이나 북미는 안락사를 받아들이는 반면, 의사결정에서 가부장적이고 가족을 중시하는 아시아에서는 덜 수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윤 박사는 “효과적인 완화의료가 제도화돼지 않은 상황에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최근의 논쟁과 죽음의 과정에서 고통의 연장을 피하고자 하는 희망을 각 조사대상 그룹에서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영국, 캐나다, 미국 등과 같이 우리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