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욱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장(외과)
[쿠키 건강] 심한 화상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화상하면 뜨거운 난로나 밥솥에 데여 물집이 생기는 정도를 떠올린다. 여기에 치약, 소주를 바르는 것만으로 치료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망까지 이어지는 중증화상은 얘기가 다르다. 중증화상은 전신적 질환이다. 화상 상처 부위에 감염이 되고, 면역 기능 저하로 패혈증으로 이어질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때문에 화상 치료는 환자가 쇼크에 빠지기 전에 수액을 공급하고 상처를 제거하고 피부이식을 하는 급박하고도 긴 여정이다. 어떤 의사를 만나서 어떻게 치료하느냐에 따라 화상 후 삶의 질뿐만 아니라 생사여부까지 갈린다. 27일 우리나라 최고의 화상 치료 전문가로 꼽히는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전욱 화상센터장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화상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가.
“핵가족화 돼서 조부모나 친인척의 도움 없이 부모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이 화상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어른들의 방치나 부주의로 가정이 불우한 소아 화상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부모가 문을 잠궈 놓고 일하러 나간 사이에 아이들끼리 라면 끓여먹다 화를 당하는 아이들도 많다.”
-중증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많지 않다.
“서울대병원도 화상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없다. 균 발생 위험 등을 이유로 중증 화상 환자와 같은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을 환자들이 꺼려한다.”
-현재 국내 기술로는 어떤 화상 환자까지 살릴 수 있나.
“2005년 집에 불이 나서 3도 화상 60%, 2도 화상 32%, 토탈 피부 표면적의 92%에 화상을 입은 27세 환자를 4번의 피부이식과 2번의 가피절제술로 치료에 성공했다. 환자는 128일 만에 퇴원했고 현재 생존해 있다.”
-화상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힘든 점은.
“화상 치료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충격으로 심리적 외상이 심한 소아 화상 환자들은 치료가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치료의 기억이 떠올라 우는 경우도 많다. 마음이 아프다.”
-화상 환자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화상 환자 중에는 사회, 경제적 수준이 낮은 환자들이 많다.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화상을 당하거나 화상 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때문이다. 화상 예방을 위한 홍보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이유이다. 국내 공산품에는 여전히 화상에 대한 경고가 부족하다. 미국 온수기 경고문 부착 등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70도 온도의 물에 1초 닿아도 화상을 당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경우가 얼마나 안전 불감증인지 알 수 있다.
또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을 위한 캠프 등에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어려서 화상을 입은 아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자신감까지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캠프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치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화상 아동 캠프는 이러한 아이들에서 정서적인 치유효과가 크다. 미국은 소아 화상 환자들을 위한 화상 전문 병원이 따로 있는 경우도 많고 이러한 병원에 학교 시설까지 갖춰진 경우도 많다.”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는 국내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센터의 입원환자수는 2300명이었다. 화상 중환자실 입원 환자수가 330명이며 화상 체표면적 40% 이상인 광범위 화상환자 110명이 치료를 받을 정도로 규모나 임상, 술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화상센터 안에 다양한 과들이 속해 있다. 각과들의 역할은.
“화상외과에서는 화상의 범위가 넓거나 심한 환자들을 치료한다. 성형외과에서는 소아나 얼굴에 화상을 입은 환자들, 화상 흉터로 피부가 울퉁불퉁한 ‘비후성 반흔’을 수술한다. 피부과에서는 약제 알레르기가 화상으로 피부가 검게 변한 환자들을 치료한다. 재활의학과에서는 관절 구축이 있거나 피부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을, 정신과에서는 중증화상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치료한다. 또 영양지원팀에서 화상 환자를 위한 식단을 따로 특별 관리한다.”
-화상환자에서 영양공급이 중요한가.
“중증 화상 환자는 대사변화로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면서 몸 안의 단백질을 다 분해한다. 몸 안에서 포도당이나 지방을 잘 이용을 하지도 못한다. 화상 환자를 치료하는 데 영양관리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화상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해주고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기준으로 환자가 필요로 하는 칼로리나 단백질을 계산해 공급해 준다.”
-앞으로 발전 계획은.
“1990년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가 만들어지면서 국내 화상치료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했다. 진료과간 협진으로 토털케어시스템이 갖추어졌고,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 2000년부터는 화상치료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진입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보건산업진흥원으로 부터 47억원을 지원받아 사람 간 ‘동종피부이식’과 면역거부반응 줄인 형질전환 돼지로부터 피부를 이식받는 ‘이종피부이식’ 등을 연구한다. 향후 세계 최초로 표피와 진피를 모두 가진 인공피부를 개발하고, 균 저항성이 높은 ‘유전 변형 세포치료제’를 개발해 빠른 새포 재생으로 화상 치료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인터뷰] 화상 치료 기피하는 의료 현실…지원 절실
입력 2011-05-30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