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변비에 두드러기까지 ‘병우의 장 트러블’

입력 2011-05-23 10:52

글·김정신 서대문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 우리 둘째 병우는 낯가림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스스럼없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며 먼저 미소를 날려 보낸다. 특히 예쁜 누나나 할아버지가 1순위 대상이다. 상대가 좀 반응을 보이면 바로 달려가서 안기거나 뽀뽀까지 선사하는 순진무구한 4살짜리 꼬마아이다. 동글동글 포동포동 귀엽게도 생겨서 다들 살살 녹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낙천적인 성격이다 보니 졸리면 어디서든 쓰러져 자기도 하고 일단 잠들면 아무리 시끄럽거나 흔들어 깨워도 2시간은 다 채우고 일어나는 배짱을 부리기도 한다. 좀 혼나도 금방 실실 웃어넘기기도 하고 오히려 엄마가 다그치거나 할 때도 살인미소로 어떻게 좀 벗어나볼까를 노리는 영악한 아이이기도 하다. 이런 둘째가 가장 힘들어 하는 시간이 있다면 딱 2가지, 바로 새로운 음식을 먹거나 똥을 눌 때다.

평소 잘 먹는 아이인데도 유난히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사람한테는 낯가림을 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음식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낯을 가리는지 신기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쩌다 싫어하는 음식이 살짝 입 안에 들어가면 여지없이 뱉어낸다.

◇설사에 변비, 두드러기까지 병우의 첫 시련

이런 상황을 되짚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장 트러블이 나온다. 병우는 태어나서 처음 겪은 시련이 바로 이것이었다. 모유만 먹으면 똥을 조금씩 지리기 시작하면서 항문 주변이 빨갛게 헐다 못해 구멍이 팰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잘 자던 아이가 자지도 못하고 밤새 보채는 바람에 결국 모유수유는 중단을 해야 했다. 다행히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지리는 것도 없어지고 항문도 회복하기 시작했다.

돌이 지난 이후에는 설사가 아니라 변비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변을 보면서 울 정도로 통증이 심한 건 아니었지만 매번 동글동글 토끼똥을 힘겹게 보는 데다 여러 번 화장실을 가서 겨우 한번 성공할 정도였다. 그런데 변비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피부까지 영향을 미쳤다. 조미료가 많은 자장면을 먹으면 바로 땀띠처럼 두드러기가 오르기 일쑤였고, 구강 알레르기도 있어서 멜론이나 수박 같은 과일을 먹어도 입과 얼굴이 군데군데 부풀어 올랐으니 새로운 음식이 두려울 만도 하다.

◇“장, 똥만 만들어 낸다? 아니죠~” 면역력 70% 좌우

우리 몸의 거죽은 눈에 보이는 피부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속살도 있다. 말하자면 입에서 항문까지는 소화기점막, 코에서 모세기관지까지의 호흡기 점막들도 다 속살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이 속살들도 면역기관으로 작용해서 몸 속으로 나쁜 기운들이 들어오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즉 장은 똥을 만들어내고 밀어내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면역작용을 하고 있는 곳으로 우리 몸의 면역관련 물질의 70% 정도를 분비하는 곳이다. 만약 대변이 막히면 기운의 소통이 좋지 않아 속열이 많이 차고 알레르기나 두드러기가 잦아진다.

다행히 병우는 엄마의 끈질긴 고집으로 안 먹어도 꾸준히 입에 넣어주고 엄마가 먹는 모습도 보여주다 보니 천천히 낯선 음식에도 적응하게 됐다. 이젠 김치나 우엉, 나물도 잘 먹고 있다. 변비 때문에 꾸준히 챙겨 먹인 한약과 유산균 제제 덕분인지 대변도 이젠 제법 예쁘게 보기 시작했다. 이젠 음식 먹고 생기는 구강알레르기나 두드러기도 많이 좋아졌다.

병우는 낯선 음식을 먹어보기로 한 약속을 잘 지킨다. 가끔 거부할 때도 있지만 요샌 음식을 잘 안 가리고 똥도 잘 누고 여전히 잘 자는 튼튼한 아이로 자라고 있다. 장이 약한 체질이야 완전히 바꿀 수 없겠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잘 관리해 나간다면 건강하게 잘 자라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김정신 원장은 서대문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으로 병진(6세)과 병우(4세) 형제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