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칼럼] “아니, 병원에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

입력 2011-05-18 13:17

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아니 병원에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

병실회진을 갔더니 입원환자가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간단한 시술을 위해 입원한 환자였는데 시술을 위해 아침을 굶은 데다 점심까지 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소식이 없으니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정을 알아보니 그새 응급환자가 생겨 그 환자를 치료하느라 계속 늦어졌고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간호사가 설명했지만 자신은 예약된 환자이니 예약된 시간에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이나 검사를 하는데 순서가 있다. 수술은 중한 환자나 큰 수술을 받는 환자부터 먼저 하고 가벼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간단한 수술은 나중에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수술을 받는 환자는 하루 종일 굶은 채 저녁까지 기다리는 일도 생긴다. 그러다가 응급환자라도 생기면 본의 아니게 다음날로 수술이 연기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다음날도 이미 계획돼 있는 중환자나 큰 수술부터 시작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는 일이다.

검사도 비슷하다. 검사는 외래환자부터 시작하고 나중에 입원환자를 한다. 아침을 굶는 것은 같지만 외래환자는 검사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먼저 하는 것이다.

병 중에 작은 병은 없다.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은 다 급하고 중한 병이다. 그래서 다른 환자를 위해 참고 기다리라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화된 요즘 같은 세상에서도 병원은 계획한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인 병원 현장에서 늘 부딪히는 문제다.

과연 누가 먼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