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항암제 주사 사망, 재발 대책 마련 시급

입력 2011-05-17 08:46
[쿠키 건강] 항암제 ‘빈크리스틴(Vincristine)’이 정맥이 아닌 척수강(척추 내에 신경다발인 척수가 지나는 관) 내로 주사돼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5월 19일 경북대병원에서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아 정종현군(당시 9세, 이하 종현군)이 빈크리스틴 주사를 맞고 열흘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것이 법정소송으로 진행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척수강 내로 주사되면 사망하는 빈크리스틴과 같이 위험한 항암제와 용량만 다를 뿐 무색투명해서 색상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다른 항암제를 각각 주사기에 담아 같은 처치실에서 주사한다면 언제든지 바꿔 주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빈크리스틴은 척수강 내 주사 경험이 있는 숙달된 의사가 투여해야 하고, 척수강 내 주사 접시로는 빈크리스틴 약제를 배달하지 않아야 하며, 척수강 내 주사 전에 반드시 한번 더 확인하는 절차 등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경북대병원은 종현군에게 빈크리스틴을 주사할 때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종현군은 빈크리스틴 주사를 맞은 지 6시간 후부터 두통을 호소했고, 엉덩이가 잡아 뜯는 듯이 아팠고 그 후에는 극심한 두통과 함께 눈이 아파 못 뜰 정도의 통증이 와서 마약성 진통제까지 맞았다. 그 이후에는 차츰차츰 다리부터 배꼽 아래까지 하체 마비가 왔고, 다음은 젖꼭지 아래 마비가 왔으며, 겨드랑이, 팔 중간부분, 손가락 순으로 마비가 진행됐다. 하루가 지나자 소변기능을 상실했고 결국 중환자실에 옮겨졌다. 중환자실에 옮겨진 이틀 후에는 의식을 완전히 잃었고, 그 다음날에는 인공호흡기를 꽂았고, 이런 상태로 7일 동안 있다가 사망했다.

종현군의 이러한 증상은 관련 논문(우발적 뇌척수강 내 Vincristine 주입에 의한 뇌척수신경병증.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김돈수, 김용덕, 유철우)에서 설명하는 빈크리스틴 척수강 내 주입한 증상과 거의 동일하다.

종현군 보다 먼저 빈크리스틴 척수강 내 주사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도 하나같이 자신들과 증상이 똑같다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대병원에서는 빈크리스틴은 정맥에 정확하게 투여됐고 척수강 내로 투여된 ‘시타라빈’ 부작용의 일종인 뇌수막염이 발생해 정종현 환아는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현군은 지난 2007년 4월 7일 경북대병원에서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종현이는 치료성적이 아주 좋은 백혈병 유형에 속해 골수이식을 받지 않고도 항암치료만으로 90% 이상 완치 가능한 경우였다. 이때부터 3년간 종현이는 4차의 집중 항암치료와 12차의 유지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그 맨 마지막인 12차 유지 항암치료을 받는 중에 사망했다. 그것도 백혈병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인 폐렴, 패혈증 때문이 아니라 빈크리스틴 척수강 내 주사 때문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백혈병환우회는 “경북대병원은 빈크리스틴이 척수강 내로 잘못 주사되어 종현이가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상 종현 이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이것은 종현군 한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년 빈크리스틴 항암주사를 맞는 수천명의 환자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환우회는 “현재 의료기관평가인증기준에는 6장 ‘약물관리’ 중에 ‘투약 및 모니터링’ 부분에 ‘약물투여 관련 규정이 있는지, 약물투여 시 환자, 약물명, 투여경로, 용량, 투여시간을 확인하는지, 고위험약물 투여 시 주의사항 및 부작용 발생 시 대처방안을 직원이 알고 있는지, 고위험약물을 규정에 따라 다른 약물과 분리보관하고 사용 후 즉시 폐기하는지 등’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이를 좀 더 구체화하고 인증평가를 위한 조사시 철저히 반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경북대병원 정종현 백혈병 환아의 빈크리스틴 척수강 내 주사로 인한 사망 의혹에 대해 계속적으로 주시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요구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