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암 명의⑨] “재발 많은 방광암, 의사와의 따뜻한 소통이 치료효과 높여”

입력 2011-05-11 17:48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박영요 교수

[쿠키 건강]엄마 장례식장에 있던 한 아이가 갑자기 맹장이 파열돼 세브란스병원으로 실려왔다. 재빨리 치료를 한 덕분에 아이는 금세 회복했지만 작은 중국집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던 아이 아빠는 치료비를 구할 길이 막막해 아이만 병원에 맡긴 뒤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레지던트로 있던 박영요 교수(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는 치료비를 받지 않고 아이를 조용히 돌려보냈다. 얼마 시간이 지난 뒤 아빠가 치료비를 구해 나타나 일이 잘 해결됐다.

방광암 분야에서 명의로 이름난 박 교수에게는 이밖에도 가족이 없이 고아로 살아왔던 환자를 치료해주는 과정에서 가족까지 찾아준 사연 등 훈훈한 일화들이 수두룩하다. 그의 이런 행동은 바로 가장 좋은 의사는 ‘친절한 의사’라는 개인적 신념 때문이다. 그는 “방광암은 재발을 잘하는 암이기 때문에 담당 의사를 평생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의사가 환자를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다면 환자와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치료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박 교수는 재발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방광암 수술 후 합병증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방광암을 수술하면 요실금과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박 교수가 수술한 경우에는 방광암 수술 후에도 요실금 합병증을 보이는 경우가 낮고, 환자 나이가 60살 미만이면 상당수 발기능력 유지한다. 이처럼 재발 또는 합병증이 낮은 것은 박 교수가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해 신경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수술을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가 지난 27년 동안 방광암, 전립선암, 신장암 등 비뇨기계 암 수술을 집도한 례수는 총 1500례가 넘는다. 그를 찾는 외래환자의 40%가 암환자이며 그중에서 절반 이상이 방광암 환자일 정도로 방광암 분야에서는 명의이자‘스타’ 교수이다.

서울에 연고가 없는 데도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박 교수를 만나기 위해 오는 방광암 환자들도 있다. 이런 수고를 마다않고 자신을 찾은 환자에게 치료할 방법이 없을 때 ‘희망을 가져보자’는 허황된 얘기도 못하고 ‘가망이 없다’는 직언을 할 수 없을 때가 가장 괴롭단다. 그렇지만 그는 “환자들이 나를 믿고 따라줘서 타이밍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라며 “다만 매년 방광암 환자가 1.2%씩 증가하고 남성의 10대 암 중 5위임에도 방광암에 대한 경각심은 낮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자연배뇨형 인조방광조성술을 국내에서 초기에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96년부터 시작해 지금껏 70~100례를 이 방법으로 수술했다. 기존 인조방광조성술의 발전된 형태인 자연배뇨형 인조방광조성술로 수술하면서 환자들은 일반인들이 소변을 보는 것과 같이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연배뇨형 인조방광조성술은 요도에 암이 없고 어느 정도 근육량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38세 이른 나이에 이화의료원 기획조정실장으로 부임하면서 이대목동병원의 개원준비, 건설기획, 감독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어서 2002년 부터 3년 동안 이대목동병원장으로 재직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실함이 크게 작용했다. 새벽 5시에 기상해 밤 12시에 잠이 드는 일과를 매일 같이 반복한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매일 아침 스트레칭과 일주일에 두 번 헬스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도 철저하다.

이런 그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가장으로서의 역할로, 가족에 대해서는 늘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박 교수는 “‘대장간에 칼이 없다’는 말처럼 의사면서도 가족 건강은 제대로 돌보지 못해 가족들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슬하에 카톨릭의대에서 정형외과 레지던트를 하고 있는 아들과 이화여대에서 호텔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딸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박 교수의 부인은 요리연구가로 유명한 이종림 씨로 의대 재학시절 술에 취한 채 탑승한 버스에서 부인을 만나 우이동 집까지 쫓아가서 프러포즈한 끝에 결혼에 이르렀다.

◇명의에게 듣는 ‘방광암’

-방광암의 원인은.

“방광암은 흡연이 가장 위험한 원인이다. 흡연을 할 경우 방광암 발병 위험이 4~10배 높아진다. 간접흡연도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다. 금연을 한다고 해서 방광암 발병 위험이 바로 낮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최대한 빨리 금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 염료, 진통제, 사카린, 감염, 결석, 방사선조사, 함암제 등도 발병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방광암의 증상은.

“오줌에 피가 보이면 방광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혈뇨는 육안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지만 현미경으로 봤을 때 소변 안에 피가 보여도 방광암이 의심된다. 기본적인 건강검진의 소변검사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40세 이상에서 혈뇨가 확인된 경우에는 무조건 병원에 가야한다. 문제는 혈뇨가 관찰돼도 특별한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혈뇨를 무시하고 넘기는 경우가 있다. 방광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통증이 있거나 골반에서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조기발견이 중요한가.

“1기에 발견시 5년 생존률이 90% 정도로 높다. 혈뇨를 주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요세포 검사와 방광경검사를 통해 방광암을 확진하고, 병의 진행 단계를 결정하기 위한 방사선검사 순으로 진행하게 된다.”

-방광암은 재발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광암은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된 표재성 암 70~80%를 차지한다. 표재성 암의 70%가 재발하고 이중 20~30%가 침윤성으로 진행할 정도로 재발이 잘되는 암이다. 발암물질이 소변에 섞여 요관, 방광의 점막, 신장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발암물질에 의해서 점막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가 시기가 지나면서 이쪽 저쪽에서 암이 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재발을 해도 예후가 좋다. 정기적인 추적검사로 방광암의 재발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